산재로 사망한 장애 청년 故 김재순 노동자 추모 발언
김윤영 빈곤사회 철폐를 위한 연대 사무국장
오늘 아침에도 현대제철에서 또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하청 노동자는 너무 더운 현장에서 일하다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아직 6월이고 첫 번째 폭염 특보가 내린 첫날이었죠. 어제는. 그리고 바로 올해는 이렇게 더위 앞에 무력한 노동 현장의 내 버려진 노동자의 죽음의 소식을 다시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전염병처럼 느껴집니다. 가난한 사람만 죽이는 전염병, 하청노동자만 죽이는 전염병, 더 저렴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염병, 더 많이 빼앗기고 더 어린 사람들, 더 약한 사람들이,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어가는 그런 전염병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전염병이 어쩌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약한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에, 최저임금 노동자가 혹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이렇게 침묵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죽어간 노동자는 2,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1년 240일이 출근일이었다고 생각해도 하루 8명의 사람이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내버려 둘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더 가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더 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더 저렴한 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노동 없이 세상은 굴러갈 수 있습니까? 김재순 노동자가 일하던 그 현장, 파쇄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사용하고 버린 물건을 파쇄했겠죠. 합성수지라고 하니까 그 물건은 섬유일 수도 있겠고 플라스틱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삶과 손을 거쳐서 갔었던 그 물건들이 어딘가에서 파쇄가 되고, 그리고 또다시 다른 것으로 생산되는 그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어쩌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런 만큼 그 사람들의 노동이 소외되어 있었고, 더 저렴한 것으로, 더 위험한 것으로, 죽어도 끽 소리도 내지 못할 것으로 취급받아도 우리는 너무 관심 없이 살았던 것이 아닌가 물 밀 듯한 반성이 듭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코로나 이후에 폐짓값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더 이상 종이를 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중국 공장도 거의 다 많이 멈췄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폐짓값은 20원에 불과합니다. 하루 종일 100kg이 넘는 리어카를 몰고 고물상에 도착해도 2,000원을 손에 쥐는 겁니다. 불순물을 제거하면 70%, 80%로 가격이 떨어집니다. 하루 2,000원조차 벌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하루의 노동이, 하루 종일 이 더운 날 거리를 헤매서 모아야 하는 폐지의 값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런 일들을 싹 다 손 놓아버리고 싶습니다. 쓰레기도 방치하구요, 사용했던 물건도 더 이상 손대지 않고, 누군가가 사용해야 하는 물건들을 생산하지도 않고, 이 사회가 멈춰버리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 죽어도 괜찮은 노동이라면, 누군가 최저임금도 못 받아도 괜찮은 노동이라면, 그런 노동 멈춰야지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죽어서 만들어지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 위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우리가 배신자 아니겠습니까? 나쁜 이웃 아니겠습니까? 나쁜 사람 아니겠습니까? 저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번 배당 수익이 삼성 4개 계열사를 총 합해서 4,7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전혀 노동하지 않고 벌어들인 수익이죠. 그리고 지난해에는 3만 7000명의 사람이 집 10채를 가진 소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10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는 3만 7000명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월세와 거기에서 이제 집값이 올라서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불릴 그것 역시도 전혀 노동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일들일 겁니다.
저는 왜 누군가의 노동이 이렇게 비참하게 남겨져 있는 사이, 그렇게 비참한 노동을 반복해서 열심히 월세를 내고 삶을 꾸려가야 되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눈 감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죽음을 무릅쓰고 살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가난이 두려워서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만들기 위해서 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장애인, 그리고 빈민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고, 장애인에게는, 빈민에게는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고 이야기했었던 사람들의 입에 이제 우리의 복수를 돌려줄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을 절대 잊지 말고, 노동자와 빈민과 장애인의 연대 투쟁으로 이제 이 죽음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노동을 만들어갈 수 있는 투쟁을 동지들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정말 억울하고 분합니다.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 모아서 올여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함께 승리할 때까지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재로 사망한 장애 청년 故 김재순 노동자 추모 발언
김윤영 빈곤사회 철폐를 위한 연대 사무국장
오늘 아침에도 현대제철에서 또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하청 노동자는 너무 더운 현장에서 일하다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아직 6월이고 첫 번째 폭염 특보가 내린 첫날이었죠. 어제는. 그리고 바로 올해는 이렇게 더위 앞에 무력한 노동 현장의 내 버려진 노동자의 죽음의 소식을 다시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전염병처럼 느껴집니다. 가난한 사람만 죽이는 전염병, 하청노동자만 죽이는 전염병, 더 저렴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염병, 더 많이 빼앗기고 더 어린 사람들, 더 약한 사람들이,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어가는 그런 전염병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전염병이 어쩌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약한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에, 최저임금 노동자가 혹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이렇게 침묵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죽어간 노동자는 2,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1년 240일이 출근일이었다고 생각해도 하루 8명의 사람이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내버려 둘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더 가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더 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더 저렴한 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노동 없이 세상은 굴러갈 수 있습니까? 김재순 노동자가 일하던 그 현장, 파쇄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사용하고 버린 물건을 파쇄했겠죠. 합성수지라고 하니까 그 물건은 섬유일 수도 있겠고 플라스틱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삶과 손을 거쳐서 갔었던 그 물건들이 어딘가에서 파쇄가 되고, 그리고 또다시 다른 것으로 생산되는 그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어쩌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런 만큼 그 사람들의 노동이 소외되어 있었고, 더 저렴한 것으로, 더 위험한 것으로, 죽어도 끽 소리도 내지 못할 것으로 취급받아도 우리는 너무 관심 없이 살았던 것이 아닌가 물 밀 듯한 반성이 듭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코로나 이후에 폐짓값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더 이상 종이를 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중국 공장도 거의 다 많이 멈췄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폐짓값은 20원에 불과합니다. 하루 종일 100kg이 넘는 리어카를 몰고 고물상에 도착해도 2,000원을 손에 쥐는 겁니다. 불순물을 제거하면 70%, 80%로 가격이 떨어집니다. 하루 2,000원조차 벌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하루의 노동이, 하루 종일 이 더운 날 거리를 헤매서 모아야 하는 폐지의 값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런 일들을 싹 다 손 놓아버리고 싶습니다. 쓰레기도 방치하구요, 사용했던 물건도 더 이상 손대지 않고, 누군가가 사용해야 하는 물건들을 생산하지도 않고, 이 사회가 멈춰버리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 죽어도 괜찮은 노동이라면, 누군가 최저임금도 못 받아도 괜찮은 노동이라면, 그런 노동 멈춰야지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죽어서 만들어지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 위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우리가 배신자 아니겠습니까? 나쁜 이웃 아니겠습니까? 나쁜 사람 아니겠습니까? 저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번 배당 수익이 삼성 4개 계열사를 총 합해서 4,7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전혀 노동하지 않고 벌어들인 수익이죠. 그리고 지난해에는 3만 7000명의 사람이 집 10채를 가진 소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10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는 3만 7000명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월세와 거기에서 이제 집값이 올라서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불릴 그것 역시도 전혀 노동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일들일 겁니다.
저는 왜 누군가의 노동이 이렇게 비참하게 남겨져 있는 사이, 그렇게 비참한 노동을 반복해서 열심히 월세를 내고 삶을 꾸려가야 되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눈 감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죽음을 무릅쓰고 살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가난이 두려워서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만들기 위해서 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장애인, 그리고 빈민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고, 장애인에게는, 빈민에게는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고 이야기했었던 사람들의 입에 이제 우리의 복수를 돌려줄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을 절대 잊지 말고, 노동자와 빈민과 장애인의 연대 투쟁으로 이제 이 죽음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노동을 만들어갈 수 있는 투쟁을 동지들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정말 억울하고 분합니다.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 모아서 올여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함께 승리할 때까지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