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잇따른 혐오발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인데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또한 ‘벙어리’ 등 수 차례의 혐오발언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총선 기간에 또 ‘키 작은 사람’을 들먹이며 저신장 장애인을 비하하기도 했죠. 언론에서 지탄을 받아도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발언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혐오발언을 한 정치인들을 따라다니며 사과를 받아내는 이른바 ‘꼬리밟기’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장비 2020년 4월호에서는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발언에 대항하여 꼬리밟기 투쟁을 전개해왔던 열성 활동가들이 전하는 꼬리밟기 뒷담화를 날것 그대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정치인 혐오발언 꼬리밟기 뒷담화에 참여한 활동가들. 영화 ‘기생충’ 식으로 가려달라 해서 기생충 식으로 가려드린 환, 푸, 쑥
뒷담화 참여자
쑥 : 취미는 투쟁, 특기는 발언, 장기는 비택.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잘 챙기는 ‘뼛속까지 활동가’.
환 : 장애인 시설 폐쇄와 탈시설에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음. 전장연의 투쟁에 어김없이 참여하는 열성 활동가.
푸 : 집회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올지 노심초사하는 전장연 활동가. 쑥에게 이끌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뒷담화에 꼽사리 낌.
1. 관심사 소개하랬더니, 투쟁 이야기하는 참 활동가 클라스
장비 : 오늘 뒷담화 주제는 정치인 혐오발언 꼬리밟기 막전 막후다. 본격적인 시작 전에 요즘 각자의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 들려달라.
쑥 : 아, 요즘은 루디아의 집 시설 폐쇄가 있지. 그것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어.
환 : 루디아의 집, 서울시에서 공익이사진 우리가 추천한 사람은 아무도 안 되고. 우리가 5명 이사진에게 물어보니, 말로는 어쨌든 시설폐쇄 동의했다는데.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있으니까. 잘 봐야지.
쑥 : 서울시도 동의는 하는데, 말은 나오면 안 된다고 하지. 우리가 추천했던 이사들이 시설 폐쇄하고 탈시설하려고 개입하는 걸 가지고 시설 측은 싸잡아서 이야기한다. 전장연이 법인 어떻게 하려 한다고. 서울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환 : 내 경우는 딱히 관심사가 있진 않은데, 올해 단체 활동하면서 고민할 게 많아졌다.
장비 : 이 사람들, 진짜 참 활동가들인 듯? 푸의 관심사는 어떤지?
푸 : 420 끝나고, 이제 (다른 투쟁) 언제 들어갈지 준비 중이다.
환 : 말하자면 언제 깃발 꽂느냐?
쑥 :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어차피 7월 1일 기점으로 장애등급제 폐지 1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변화가 예상되고. 고시개정전문위원회 종합조사표도 계속 수정이 필요하니 그때 즈음에 엄청 빡세게 투쟁해야지.

▲ 더불어민주당 유튜브에서 2020년 초 최혜영 교수를 영입한 이해찬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하 발언을 한 모습.
2. 장애인 혐오발언, 장애인 무시하는 거 아냐?
장비 : 거대 양당 대표인 이해찬, 황교안이 총선 과정에서 여러 장애인 혐오발언을 했다. 그런 것들을 들었을 때 활동가로서, 혹은 당사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환 : 한두 번도 아니고, 발언할 때마다 우리는 계속 사과 요청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진 건 없고. 얼마나 더 우리가 싸우고 해야 이 사람들이 인식할까 하면 갑갑하다. 우리가 쫓아다니면서까지 이렇게 하는데.
쑥 : 한두 번도 아니니까, 나는 또 그랬구나 (생각한다).
푸 : 표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우리한테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애.
장비 : 장애인 표가 얼마나 많은데. 등록장애인만 250만 명인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쑥 : 오래 전에 (사회에서) 여성을 혐오하면서 내놨던 근거로 ‘여자는 표도 안 되고 무지하다’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장애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거지.
푸 : 과거에는 투표 자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쑥 : 아직도 장애인들은 투표가 어렵지 않나.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설장들에게 잘 보이면 표가 더 많이 나오니까. 이번에 옥천에서 장애인 당사자 투표 차별한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만약에 비장애인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지원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지원하지 않았다). 만약에 비장애인들이 차(버스)가 예상 시간보다 5분이라도 늦게 오면 어떨 것 같나. 담당 공무원한테 직접 들었는데, 제설작업을 미리 하지 않으면 제설작업 때문에 버스가 늦게 오는구나 생각하기보다 일단 무조건 난리가 난대. 그게 겁나서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거야. 근데 장애인이 이동 못하면 꿈쩍도 안 하지 않나? 근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또 열심히 투표해야 한다고만 하면 나는 좀 걸리는 게 있다. 더 열심히 투표할 수 있게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하라고만 하면 차별이라 생각해. 순서가 바뀐 거지.
장비 :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전장연에서 정치인들 혐오발언 진정한 사건을 각하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이유로.
이 : 그래서 인권위가 엄청 정치적인 것이지. 만약에 인권위에서 권고를 내리면 정치적으로 불리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다른 대상이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3. 2020년 4월 10일. 마로니에 공원에 황교안이 떴다고? 꼬리밟기 쇼타임!
장비 : 그래서 참다 못한 우리 활동가들이 최근에 꼬리밟기 한 번 하지 않았나. 황교안 후보자가 지난 4월 10일 총선 직전 마로니에에서 유세할 때도 몇몇 활동가들이 갔었다.
쑥 : 비택은 항상 준비될 때는 별로 없어. 그때도 간단히 하는 건 줄 알았지. 누가 오더니 마로니에 공원에 황교안이 떴다고 그래. 갑자기 전장연 중앙 활동가가 피켓을 딱 주고 (꼬리밟기) 하자네. 나는 그래서 피켓만 드는 건 줄 알고. 하하하. 그때 어떤 활동가가 먼저 가길래 나도 뒤따라서 갔지. 마로니에 공원 쪽 보니까 무리가 커. 황교안 만나려면 저기로 가야겠다 촉이 왔지. 사람들더러 비키라고 하면서 달려간 거지. 선거관리위원들도 있고, 보좌하는 사람도 있어서 빽빽한데 장난이 아니더라고.
예전에 박근혜 선거할 때도 비집고 들어간 적이 있거든. 그러다 맞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갔다가 두들겨 맞고. 노인네들이 막 얼굴을... 그래도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잘 뚫고 들어가거든. 달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많아서) 달릴 수도 없고. 사람들을 헤치고 가다보니까 황교안이 그 앞에 있었지. 뭐 사죄한다고 어쩌고 하는데. 절하고 그러더라고. (만났을 때) 맨 처음에는 사과하라고 했지. 황교안이 돌아서더니 이야기하는거야. ‘저 이미 다 사과했습니다.’ 참내. ‘언제 했냐, 공식적으로 해라’ 다시 요구하니까. 사과하라면 언제든 하겠다는 거야. 근데 그 자리에 기자들이 많았으니까.
환 : 좋은 말만 하는구나.
쑥 : 그 사람들 리액션이 좀 컸던 것 같아. 장애인 이해하는 척하고. 그동안은 황교안이 우리 오면 도망가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달랐지. 가까이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어. ‘(사과)하겠다’ 하니까 ‘공문 보내겠다.’ 그러고 나왔지. 뭐 너무 지나치게 뭔가 하면 불리해질 것 같아서. 나중에 보니까 오마이뉴스 기자가 사진을 잘 찍어줬더라고.
환 : 그때 나온 뒷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들이받았다.
장비 : 충돌이 있진 않았는데, 어떤 언론사에서 ‘돌진’ 이런 말이 들어간 기사를 낸 적은 있었지.
쑥 : 과하게 본 거지. 일단 황교안도 카메라가 많으니까 가만히 있더라고. 예전처럼 돌아서 가버리면 여론 악화되니까. 내 경우도 돌진처럼 보였겠으나 돌진할 수 없었다.
환 : 황교안이 어떤 사람인가. (설연휴 농성 때) 서울역 왔길래 우리가 협약하자 하니까 무시한 사람이다. 이번 건 완전 쇼맨십이다. 황교안은 아마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쓰러졌을 걸?
푸 : 어쨌든 이낙연하고도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고 있었으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을 거다.
장비 : 엉뚱하게도 어떤 장애인단체에서 그걸 또 받아서 ‘공격적인 장애인단체’의 행동에 대신 사과한다. 이러지 않았나.
환 : 자기들이 밀고 있는 후보들이 그 정당에 있으니. 우리 흠집 내려고 그러지 않았을까.
쑥 : 나도 나름의 전동 휠체어 운전술이 있어. 받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데 무작정 받는 것도 아니고. 참.

▲ 4월 10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장애인 비하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장애인 활동가. 뉴시스 등 일부 언론은 이 모습을 ‘돌진’이라고 묘사하는 등 과격한 면을 부각했으나, 실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출처 : 뉴시스
4. 이리저리 재기보다 일단 행동한다. 우리는.
환 : 그래서 대항로에 경찰 와서 이것저것 확인하지 않았나. 경찰에게 연락 온 거 있나.
쑥 : 내사 중이래. 들이받았느니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확인한다고. 416연대는 23명인가 낙선운동했고 많이 낙선했다. 거기는 아예 법률대응팀을 꾸려서 활동하더라. 어떤 행동을 하는데 얼마나 벌금이 나올지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한다는 거지.
장비 :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법을 잘 알아서 벌금도 아끼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환 : 돈도 없고. 법률팀 꾸릴 돈도 없고.
쑥 : 민주노총 조직이 크고, 416연대도 큰 조직이다. 우리랑은 게임이 안 되지. 그런 데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기 어렵지. 아무래도. 법대로 하면 점거하는 것도 못하지 않을까. 우리는 조직이 작으니 이것저것 재면 못한다. 그래도 우리가 하면 한 번에 뭐가 되잖나. 절박하니까.
환 : 안 하면 죽는데.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5. 2019년 8월. 우리는 어떻게 황교안 바로 뒤로 갈 수 있었을까?
장비 : 황교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환 활동가가 또 그분 덕분에 고초를 심하게 겪었지. 그날 뒷이야기 좀 들려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8월경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외투쟁 선포 집회에 참여했을 때, 전장연 활동가들이 행사장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벙어리’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 – 편집자 주)
환 : 뭔 고초야. 사실 그날 이야기를 하려면 사과부터 해야 돼. 활동가들에게. 당시 한국당 집회할 때 우리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나서 사전 집회를 짧게 하고 한국당 있는데로 가자고 했어. 근데 내가 늦었어. 늦잠자서. 내가 가니까 우리 대오는 경찰이 막고 있더라.
쑥 : 경찰이 우리 뭐 하는지 너무 잘 알아.
환 : 그런데 대오들이 다 건너가서 여기저기 위치를 잡고 있었지. 나는 전장연 중앙 활동가가 손피켓 갖고 있는 걸 아니까, 찾아가서 슬쩍 받고 ‘이제부터 날 찾지마라’ 한 거지. (잠입하려고) 경계가 너무 삼엄했다. 무대 근처로 가지도 못하게 생겼어. 전동휠체어 탄 동지들은 물론이고 비장애인도 경찰이 한 명씩 다 잡아내더라고. M, N, J 이런 사람들 다 끌려나갔지.
그래서 난 거기 집회 참여한 분들과 놀고 있었지. 참가자인 척하면서 사진 찍고 이야기하면서.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누가 망원경으로 보면서 무전을 하면 경찰이 대여섯 명씩 무리지어 돌아다니면서 우리 대오를 한 명씩 다 끄집어내. 우리 대오가 거의 노출됐지. 나는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시도할까 말까. 나 아니면 못할 것 같더라고.
내가 무대 앞 펜스까지 가서 어떻게 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S 활동가가 내 앞에 있는거야. S는 이미 노출이 됐고. 나는 걸릴까봐 모른 척하고. 경찰이 나를 쓱 보더니 이 사람은 아니라며 가더라고.
장비 : 환이 그런 집회에 참여할 만한 사람으로 보였나? (웃음)
환 : 내가 옆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안 들켰다). 나경원이 황교안보다 먼저 발언했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을 해. 나는 너무 열 받아서 짱돌 한 번 던져야겠다 결심했지. 황교안 올라가기 전에 살살 무대 쪽 펜스까지 갔다. 펜스 1미터 넘으면 또 1미터 뒤에 무대가 있어. 앞으로 가는데 누가 소리를 치더라고. N 활동가였지. 황교안은 또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오며 연설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펜스를 붙잡고 넘어가려 하는데 이게 약해서 덜덜 떨려. 옆에 사람들한테 이거 잡아달라고 하니까 또 잡아주더라고. (박장대소) 그걸 넘어가서 무대에 도달한 거지.
이제 손피켓만 펴면 되는데. 이게 또 잘 펴야 되잖아. 뒤집어서 펴면 쪽팔리니까. 걸어가면서 보고. 가서 피켓 딱 피고. ‘황교안은 사과하라’ 하려 했는데 ‘황교안은’ 하다가 사람들이 우다다다 나와서 잡혀 나온거지. 입 막고 난리가 났어.

▲ 2019년 8월 당시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 선포 집회에서 전장연 활동가가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든 모습.
6. 황교안 꼬리잡기 막후, 살벌했던 순간
쑥 : 그때 언론이 사진을 잘 찍어서 많이 나왔더라.
환 : 짧았던 순간이었고, 사진에는 내가 덤벼드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나왔지만 전혀 아니었어. 가서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줄줄줄 끌려나온거다. 웃긴 게 뭐냐면 여기서 또 에피소드가 있는데, 세종대왕 앞에서 집회할 때 누가 무슨 선이 꼬여서 ‘커터칼이 필요하다’고 텔레그램에 올렸는데, 경찰이 그걸 입수하고...
쑥 : 경찰이 그걸(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고?
환 :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래서 경찰 사이에서 우리가 테러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 같아. 내가 올라갔을 때 현수막 못 펼쳤으면 그 자리에서 테러범이 되었을 걸. 또 어떤 활동가는 펜스 아래로 가려다 붙잡혔잖아. 지지자들한테 페트병으로 맞고, 경찰한테 붙들려서 팔 완전 꺾여서 과잉진압당했지. 테러범이라고.
쑥 : 그날 참여한 S 활동가가 말하기를, 집회할 때 같이 어울려서 놀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중에 와서 패고 그랬다더라. 들통나서.
환 : 내가 붙잡혀서 내려왔더니. 거기 N, H가 있었어. 맞은편 집회 참가자들이 욕이란 욕은 다 해대는데. 입에 담기 어려운 쌍욕 있잖아. 빨갱이들 다 죽여야 한다면서. 나중에는 경찰이 오히려 보호해주더라. 지금 가면 맞아 죽는다면서.
장비 : 환은 그때 강하게 진압당해서 몸도 많이 다친 걸로 아는데.
환 : 끌려 나오면서 경찰 한 명이 헤드락 걸었는데, 흔들리던 왼쪽 위 어금니가 엄청 아팠어.가만히 있을테니까 놓으라고 하니까 오히려 ‘가만히 있어’라며 끝까지 헤드락한 채로 끌고 나가더라. 무대 내려올 때까지. 다른 경찰들이 놓으라 하니까 그제서야 놨는데 얼얼하더라. 그때 바로 치과 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못 가고 염증 생기고 결국 수술까지 한거다.
장비 : 당시 살벌한 현장을 어떻게 나왔나.
환 : 에스코트 받아서 어찌저찌 나왔는데. 쑥 님이 계셨지. 난리가 났었다.
쑥 : 나도 그날 좀 늦었어. 원래 만나기로 했던 곳은 전동휠체어 탄 15명이 다 못 가고 있었지. 그래서 작전을 변경했어. 우리는 크게 빙 돌아서 무대 차량 뒤쪽으로 나름대로 경찰을 유인했지. 정부청사 뒤쪽까지 갔다. 경찰들이 보고 있다가 무대 100미터 앞에서부터 나를 막아서는거지.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두 번 다 끌려나갔다. 내가 땅에 주저앉으니까 사지를 들고 내보내더라.
환 : 그 장면을 보고 머리가 돌더라.
장비 : 사지가 들려나올 때 심정은 어떠했는지.
쑥 :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 무대를 올라갈 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비장애인들은 간혹 성공도 하고 그러는데, 장애인은 막아서거나 접근할 방법이 없다 보니 그렇게 하기가 어렵지.
7. 하고 나면 아쉬운데, 그래도 의미는 있더라
장비 : 나중에 언론에서 꼬리밟기 장면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쑥 : 성공하지 못한 게 억울하다. 좀 더 빨리 가서 자리잡았어야 하는데. 우리 목표를 못 하고 막혀서 끌려나오면,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환 : 어차피 나는 사진이 찍혔다는 생각도 못 했어. 워낙 짧은 순간이었고 눈 깜작할 사이에 이뤄져서 실패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리집회 할 때도 ‘오늘 실패한 것 같지만 다음에는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야기했다. 근데 사진이 떡하니 나온거지. 그날 저녁에. 어쨌든 전장연 이름으로 뭔가 했다는 기사라도 났다는 것 만으로도 반 성공 아닐까 싶어. 끝까지 구호 외치진 못했지만. 20명 가까이 가서 다 짐짝처럼 끌려나온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전장연의 이름으로 뭔가 남긴 건 있지 않나 생각해.
푸 : 우리 열사력(장애인 운동에 매진하다 사망한 열사들을 기리는 달력으로 매년마다 전장연, 장애해방열사단 등에서 제작한다-편집자 주)에 그 사진 올라갔어.
환 : 왜 열사력에? 그 달력 보면 황교안 이 주인공 같다. 그나저나 그 일(무대 뒤 비택) 있고 나서 얼마 안 있고 S 활동가는 황교안 정면에서 (손피켓 펼치기) 했지 않나. 그런 게 멋있는거지. (전장연은 2019년 9월 사회복지의 날 행사에 참여한 황교안 대표에 대해 ‘꼬리밟기’하고,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 편집자 주)
쑥 : 그것도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때도 장애인들은 못 갔어. 다 막혀서. 근데 경찰이 와서 알려주더라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다고. (박장대소) 그래서 내려갔지. 그때 S 활동가가 손 피켓 들고 있더라. S가 눈에 안 들어오다가 한 번 주목 받으면 확 눈에 띄잖아. 그래서 황교안 앞에 가서 딱 (피켓 펼치기) 한 거지. 하여튼 그런 일(마로니에 공원 꼬리밟기) 있고 나서 시민사회단체에서 나한테 문자 오더라고. 황교안 봤냐며. 친척들도 사진 캡쳐해서 연락하고, 언니 아니냐며. 난 그냥 가볍게 운동하듯이 마로니에 공원 갔더니 그런 효과를 보는구나 싶더라.
푸 : 예전보다 많은 활동가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짧게 나오다가 이제는 점점 길어지기도 하고.
환 : 댓글다는 사람도 많지. 기사 달리면 욕이든 뭐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건 관심거리라는 거다. 그러면 나중에는 인식도 바뀌겠지. 전장연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무관심이 욕먹는 것보다 무섭다.
쑥 : 욕한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지.
환 : 문제는 그렇게 우리가 이동권, 활동지원. 바꿔놓으면 다른데서 다 자기들이 했다 생색낸다는 거지.
쑥 : 우리가 안에서는 대단한데, 밖에서는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환 : 아니다. 밖에서 볼 때도 대단하다. 계속 승리하는 싸움을 하고 있잖나. 어떤 장애인단체는 우습게 여겼지만, 이번에 우리에 대해 성명도 냈잖아. 무시할 단체였으면 그런 것도 안 했을 거다.
장비 : 꼬리밟기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받은 적은 있나?
쑥 : 전장연 이름으로 사과받은 적은 없고 교육했다고 한 적은 있다. 당내에서는 조심스럽겠지.
환 : 부담스러운 것도 무마하는 게 좋지, 사과를 하면 이미지 떨어지니. 공식적으로 안하려 버티는 거고 교육하겠다 이런 식.
푸 :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 이제는 기사는 나오잖아. 언론에 나오니까. 조금이라도 바뀌는 거지.
8. 혐오발언, 또 하면 끝까지 쫓아갑니다
장비 : 이렇게 성과는 있는데, 우리가 계속 이야기해도 정치인들이 계속 혐오발언 한다. 벙어리라는 말도 몇 번이 나오는지 모르겠네.
쑥 : 황교안은 혐오발언 한 적 없다고 하더라. (벙어리라는 말도) 사실대로 말한 거 아니냐 하더라고.
환 : 시대착오적인 말.
쑥 :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은 시설에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황교안, 이해찬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장비 : 심지어 이 사람들은 공당 대표다.
쑥 :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없다’라는) 이해찬 발언의 문제가 뭐냐면 유튜브 녹화였다. 이런 영상이 나온 것 자체가 민주당 자체에서 이런 것들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런 게 문제다.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나중에 민주당에서 최혜영 당선인한테 인권교육 받았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됐는지는 두고 봐야지.
장비 : 혐오발언을 일삼았던 정치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쑥 : 우리는 한 번 혐오발언 한 사람은 끝까지 찾아가서 사과 받아낸다. 우리에게 찍히면 끝난다.
푸 : 교육받고, 지식인답게 했으면 좋겠다. 환경 탓하지 마라
쑥 : 제대로 된 교육.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에서 하는 교육 받아라.
환 : 장애인들은 당신들이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게 할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입니다. 당신들을 뽑아준 국민입니다. 똑바로 정치하십시오. 그리고 말조심하십시오. 찾아갑니다.
장비 : 마지막 말이 제일 무섭네. 마지막으로 장비회원들에게 할 말은?
환 : 같이 갑시다.
쑥 : 장애해방 오는 날까지!
푸 :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주시고, 만 명 모읍시다.
환 : 정치인들을 전장연 회원으로!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잇따른 혐오발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인데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또한 ‘벙어리’ 등 수 차례의 혐오발언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총선 기간에 또 ‘키 작은 사람’을 들먹이며 저신장 장애인을 비하하기도 했죠. 언론에서 지탄을 받아도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발언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혐오발언을 한 정치인들을 따라다니며 사과를 받아내는 이른바 ‘꼬리밟기’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장비 2020년 4월호에서는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발언에 대항하여 꼬리밟기 투쟁을 전개해왔던 열성 활동가들이 전하는 꼬리밟기 뒷담화를 날것 그대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정치인 혐오발언 꼬리밟기 뒷담화에 참여한 활동가들. 영화 ‘기생충’ 식으로 가려달라 해서 기생충 식으로 가려드린 환, 푸, 쑥
뒷담화 참여자
쑥 : 취미는 투쟁, 특기는 발언, 장기는 비택.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잘 챙기는 ‘뼛속까지 활동가’.
환 : 장애인 시설 폐쇄와 탈시설에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음. 전장연의 투쟁에 어김없이 참여하는 열성 활동가.
푸 : 집회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올지 노심초사하는 전장연 활동가. 쑥에게 이끌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뒷담화에 꼽사리 낌.
1. 관심사 소개하랬더니, 투쟁 이야기하는 참 활동가 클라스
장비 : 오늘 뒷담화 주제는 정치인 혐오발언 꼬리밟기 막전 막후다. 본격적인 시작 전에 요즘 각자의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 들려달라.
쑥 : 아, 요즘은 루디아의 집 시설 폐쇄가 있지. 그것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어.
환 : 루디아의 집, 서울시에서 공익이사진 우리가 추천한 사람은 아무도 안 되고. 우리가 5명 이사진에게 물어보니, 말로는 어쨌든 시설폐쇄 동의했다는데.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있으니까. 잘 봐야지.
쑥 : 서울시도 동의는 하는데, 말은 나오면 안 된다고 하지. 우리가 추천했던 이사들이 시설 폐쇄하고 탈시설하려고 개입하는 걸 가지고 시설 측은 싸잡아서 이야기한다. 전장연이 법인 어떻게 하려 한다고. 서울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환 : 내 경우는 딱히 관심사가 있진 않은데, 올해 단체 활동하면서 고민할 게 많아졌다.
장비 : 이 사람들, 진짜 참 활동가들인 듯? 푸의 관심사는 어떤지?
푸 : 420 끝나고, 이제 (다른 투쟁) 언제 들어갈지 준비 중이다.
환 : 말하자면 언제 깃발 꽂느냐?
쑥 :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어차피 7월 1일 기점으로 장애등급제 폐지 1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변화가 예상되고. 고시개정전문위원회 종합조사표도 계속 수정이 필요하니 그때 즈음에 엄청 빡세게 투쟁해야지.
▲ 더불어민주당 유튜브에서 2020년 초 최혜영 교수를 영입한 이해찬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하 발언을 한 모습.
2. 장애인 혐오발언, 장애인 무시하는 거 아냐?
장비 : 거대 양당 대표인 이해찬, 황교안이 총선 과정에서 여러 장애인 혐오발언을 했다. 그런 것들을 들었을 때 활동가로서, 혹은 당사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환 : 한두 번도 아니고, 발언할 때마다 우리는 계속 사과 요청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진 건 없고. 얼마나 더 우리가 싸우고 해야 이 사람들이 인식할까 하면 갑갑하다. 우리가 쫓아다니면서까지 이렇게 하는데.
쑥 : 한두 번도 아니니까, 나는 또 그랬구나 (생각한다).
푸 : 표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우리한테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애.
장비 : 장애인 표가 얼마나 많은데. 등록장애인만 250만 명인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쑥 : 오래 전에 (사회에서) 여성을 혐오하면서 내놨던 근거로 ‘여자는 표도 안 되고 무지하다’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장애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거지.
푸 : 과거에는 투표 자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쑥 : 아직도 장애인들은 투표가 어렵지 않나.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설장들에게 잘 보이면 표가 더 많이 나오니까. 이번에 옥천에서 장애인 당사자 투표 차별한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만약에 비장애인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지원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지원하지 않았다). 만약에 비장애인들이 차(버스)가 예상 시간보다 5분이라도 늦게 오면 어떨 것 같나. 담당 공무원한테 직접 들었는데, 제설작업을 미리 하지 않으면 제설작업 때문에 버스가 늦게 오는구나 생각하기보다 일단 무조건 난리가 난대. 그게 겁나서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거야. 근데 장애인이 이동 못하면 꿈쩍도 안 하지 않나? 근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또 열심히 투표해야 한다고만 하면 나는 좀 걸리는 게 있다. 더 열심히 투표할 수 있게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하라고만 하면 차별이라 생각해. 순서가 바뀐 거지.
장비 :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전장연에서 정치인들 혐오발언 진정한 사건을 각하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이유로.
이 : 그래서 인권위가 엄청 정치적인 것이지. 만약에 인권위에서 권고를 내리면 정치적으로 불리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다른 대상이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3. 2020년 4월 10일. 마로니에 공원에 황교안이 떴다고? 꼬리밟기 쇼타임!
장비 : 그래서 참다 못한 우리 활동가들이 최근에 꼬리밟기 한 번 하지 않았나. 황교안 후보자가 지난 4월 10일 총선 직전 마로니에에서 유세할 때도 몇몇 활동가들이 갔었다.
쑥 : 비택은 항상 준비될 때는 별로 없어. 그때도 간단히 하는 건 줄 알았지. 누가 오더니 마로니에 공원에 황교안이 떴다고 그래. 갑자기 전장연 중앙 활동가가 피켓을 딱 주고 (꼬리밟기) 하자네. 나는 그래서 피켓만 드는 건 줄 알고. 하하하. 그때 어떤 활동가가 먼저 가길래 나도 뒤따라서 갔지. 마로니에 공원 쪽 보니까 무리가 커. 황교안 만나려면 저기로 가야겠다 촉이 왔지. 사람들더러 비키라고 하면서 달려간 거지. 선거관리위원들도 있고, 보좌하는 사람도 있어서 빽빽한데 장난이 아니더라고.
예전에 박근혜 선거할 때도 비집고 들어간 적이 있거든. 그러다 맞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갔다가 두들겨 맞고. 노인네들이 막 얼굴을... 그래도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잘 뚫고 들어가거든. 달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많아서) 달릴 수도 없고. 사람들을 헤치고 가다보니까 황교안이 그 앞에 있었지. 뭐 사죄한다고 어쩌고 하는데. 절하고 그러더라고. (만났을 때) 맨 처음에는 사과하라고 했지. 황교안이 돌아서더니 이야기하는거야. ‘저 이미 다 사과했습니다.’ 참내. ‘언제 했냐, 공식적으로 해라’ 다시 요구하니까. 사과하라면 언제든 하겠다는 거야. 근데 그 자리에 기자들이 많았으니까.
환 : 좋은 말만 하는구나.
쑥 : 그 사람들 리액션이 좀 컸던 것 같아. 장애인 이해하는 척하고. 그동안은 황교안이 우리 오면 도망가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달랐지. 가까이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어. ‘(사과)하겠다’ 하니까 ‘공문 보내겠다.’ 그러고 나왔지. 뭐 너무 지나치게 뭔가 하면 불리해질 것 같아서. 나중에 보니까 오마이뉴스 기자가 사진을 잘 찍어줬더라고.
환 : 그때 나온 뒷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들이받았다.
장비 : 충돌이 있진 않았는데, 어떤 언론사에서 ‘돌진’ 이런 말이 들어간 기사를 낸 적은 있었지.
쑥 : 과하게 본 거지. 일단 황교안도 카메라가 많으니까 가만히 있더라고. 예전처럼 돌아서 가버리면 여론 악화되니까. 내 경우도 돌진처럼 보였겠으나 돌진할 수 없었다.
환 : 황교안이 어떤 사람인가. (설연휴 농성 때) 서울역 왔길래 우리가 협약하자 하니까 무시한 사람이다. 이번 건 완전 쇼맨십이다. 황교안은 아마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쓰러졌을 걸?
푸 : 어쨌든 이낙연하고도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고 있었으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을 거다.
장비 : 엉뚱하게도 어떤 장애인단체에서 그걸 또 받아서 ‘공격적인 장애인단체’의 행동에 대신 사과한다. 이러지 않았나.
환 : 자기들이 밀고 있는 후보들이 그 정당에 있으니. 우리 흠집 내려고 그러지 않았을까.
쑥 : 나도 나름의 전동 휠체어 운전술이 있어. 받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데 무작정 받는 것도 아니고. 참.
▲ 4월 10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장애인 비하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장애인 활동가. 뉴시스 등 일부 언론은 이 모습을 ‘돌진’이라고 묘사하는 등 과격한 면을 부각했으나, 실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출처 : 뉴시스
4. 이리저리 재기보다 일단 행동한다. 우리는.
환 : 그래서 대항로에 경찰 와서 이것저것 확인하지 않았나. 경찰에게 연락 온 거 있나.
쑥 : 내사 중이래. 들이받았느니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확인한다고. 416연대는 23명인가 낙선운동했고 많이 낙선했다. 거기는 아예 법률대응팀을 꾸려서 활동하더라. 어떤 행동을 하는데 얼마나 벌금이 나올지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한다는 거지.
장비 :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법을 잘 알아서 벌금도 아끼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환 : 돈도 없고. 법률팀 꾸릴 돈도 없고.
쑥 : 민주노총 조직이 크고, 416연대도 큰 조직이다. 우리랑은 게임이 안 되지. 그런 데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기 어렵지. 아무래도. 법대로 하면 점거하는 것도 못하지 않을까. 우리는 조직이 작으니 이것저것 재면 못한다. 그래도 우리가 하면 한 번에 뭐가 되잖나. 절박하니까.
환 : 안 하면 죽는데.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5. 2019년 8월. 우리는 어떻게 황교안 바로 뒤로 갈 수 있었을까?
장비 : 황교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환 활동가가 또 그분 덕분에 고초를 심하게 겪었지. 그날 뒷이야기 좀 들려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8월경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외투쟁 선포 집회에 참여했을 때, 전장연 활동가들이 행사장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벙어리’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 – 편집자 주)
환 : 뭔 고초야. 사실 그날 이야기를 하려면 사과부터 해야 돼. 활동가들에게. 당시 한국당 집회할 때 우리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나서 사전 집회를 짧게 하고 한국당 있는데로 가자고 했어. 근데 내가 늦었어. 늦잠자서. 내가 가니까 우리 대오는 경찰이 막고 있더라.
쑥 : 경찰이 우리 뭐 하는지 너무 잘 알아.
환 : 그런데 대오들이 다 건너가서 여기저기 위치를 잡고 있었지. 나는 전장연 중앙 활동가가 손피켓 갖고 있는 걸 아니까, 찾아가서 슬쩍 받고 ‘이제부터 날 찾지마라’ 한 거지. (잠입하려고) 경계가 너무 삼엄했다. 무대 근처로 가지도 못하게 생겼어. 전동휠체어 탄 동지들은 물론이고 비장애인도 경찰이 한 명씩 다 잡아내더라고. M, N, J 이런 사람들 다 끌려나갔지.
그래서 난 거기 집회 참여한 분들과 놀고 있었지. 참가자인 척하면서 사진 찍고 이야기하면서.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누가 망원경으로 보면서 무전을 하면 경찰이 대여섯 명씩 무리지어 돌아다니면서 우리 대오를 한 명씩 다 끄집어내. 우리 대오가 거의 노출됐지. 나는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시도할까 말까. 나 아니면 못할 것 같더라고.
내가 무대 앞 펜스까지 가서 어떻게 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S 활동가가 내 앞에 있는거야. S는 이미 노출이 됐고. 나는 걸릴까봐 모른 척하고. 경찰이 나를 쓱 보더니 이 사람은 아니라며 가더라고.
장비 : 환이 그런 집회에 참여할 만한 사람으로 보였나? (웃음)
환 : 내가 옆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안 들켰다). 나경원이 황교안보다 먼저 발언했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을 해. 나는 너무 열 받아서 짱돌 한 번 던져야겠다 결심했지. 황교안 올라가기 전에 살살 무대 쪽 펜스까지 갔다. 펜스 1미터 넘으면 또 1미터 뒤에 무대가 있어. 앞으로 가는데 누가 소리를 치더라고. N 활동가였지. 황교안은 또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오며 연설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펜스를 붙잡고 넘어가려 하는데 이게 약해서 덜덜 떨려. 옆에 사람들한테 이거 잡아달라고 하니까 또 잡아주더라고. (박장대소) 그걸 넘어가서 무대에 도달한 거지.
이제 손피켓만 펴면 되는데. 이게 또 잘 펴야 되잖아. 뒤집어서 펴면 쪽팔리니까. 걸어가면서 보고. 가서 피켓 딱 피고. ‘황교안은 사과하라’ 하려 했는데 ‘황교안은’ 하다가 사람들이 우다다다 나와서 잡혀 나온거지. 입 막고 난리가 났어.
▲ 2019년 8월 당시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 선포 집회에서 전장연 활동가가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든 모습.
6. 황교안 꼬리잡기 막후, 살벌했던 순간
쑥 : 그때 언론이 사진을 잘 찍어서 많이 나왔더라.
환 : 짧았던 순간이었고, 사진에는 내가 덤벼드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나왔지만 전혀 아니었어. 가서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줄줄줄 끌려나온거다. 웃긴 게 뭐냐면 여기서 또 에피소드가 있는데, 세종대왕 앞에서 집회할 때 누가 무슨 선이 꼬여서 ‘커터칼이 필요하다’고 텔레그램에 올렸는데, 경찰이 그걸 입수하고...
쑥 : 경찰이 그걸(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고?
환 :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래서 경찰 사이에서 우리가 테러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 같아. 내가 올라갔을 때 현수막 못 펼쳤으면 그 자리에서 테러범이 되었을 걸. 또 어떤 활동가는 펜스 아래로 가려다 붙잡혔잖아. 지지자들한테 페트병으로 맞고, 경찰한테 붙들려서 팔 완전 꺾여서 과잉진압당했지. 테러범이라고.
쑥 : 그날 참여한 S 활동가가 말하기를, 집회할 때 같이 어울려서 놀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중에 와서 패고 그랬다더라. 들통나서.
환 : 내가 붙잡혀서 내려왔더니. 거기 N, H가 있었어. 맞은편 집회 참가자들이 욕이란 욕은 다 해대는데. 입에 담기 어려운 쌍욕 있잖아. 빨갱이들 다 죽여야 한다면서. 나중에는 경찰이 오히려 보호해주더라. 지금 가면 맞아 죽는다면서.
장비 : 환은 그때 강하게 진압당해서 몸도 많이 다친 걸로 아는데.
환 : 끌려 나오면서 경찰 한 명이 헤드락 걸었는데, 흔들리던 왼쪽 위 어금니가 엄청 아팠어.가만히 있을테니까 놓으라고 하니까 오히려 ‘가만히 있어’라며 끝까지 헤드락한 채로 끌고 나가더라. 무대 내려올 때까지. 다른 경찰들이 놓으라 하니까 그제서야 놨는데 얼얼하더라. 그때 바로 치과 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못 가고 염증 생기고 결국 수술까지 한거다.
장비 : 당시 살벌한 현장을 어떻게 나왔나.
환 : 에스코트 받아서 어찌저찌 나왔는데. 쑥 님이 계셨지. 난리가 났었다.
쑥 : 나도 그날 좀 늦었어. 원래 만나기로 했던 곳은 전동휠체어 탄 15명이 다 못 가고 있었지. 그래서 작전을 변경했어. 우리는 크게 빙 돌아서 무대 차량 뒤쪽으로 나름대로 경찰을 유인했지. 정부청사 뒤쪽까지 갔다. 경찰들이 보고 있다가 무대 100미터 앞에서부터 나를 막아서는거지.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두 번 다 끌려나갔다. 내가 땅에 주저앉으니까 사지를 들고 내보내더라.
환 : 그 장면을 보고 머리가 돌더라.
장비 : 사지가 들려나올 때 심정은 어떠했는지.
쑥 :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 무대를 올라갈 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비장애인들은 간혹 성공도 하고 그러는데, 장애인은 막아서거나 접근할 방법이 없다 보니 그렇게 하기가 어렵지.
7. 하고 나면 아쉬운데, 그래도 의미는 있더라
장비 : 나중에 언론에서 꼬리밟기 장면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쑥 : 성공하지 못한 게 억울하다. 좀 더 빨리 가서 자리잡았어야 하는데. 우리 목표를 못 하고 막혀서 끌려나오면,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환 : 어차피 나는 사진이 찍혔다는 생각도 못 했어. 워낙 짧은 순간이었고 눈 깜작할 사이에 이뤄져서 실패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리집회 할 때도 ‘오늘 실패한 것 같지만 다음에는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야기했다. 근데 사진이 떡하니 나온거지. 그날 저녁에. 어쨌든 전장연 이름으로 뭔가 했다는 기사라도 났다는 것 만으로도 반 성공 아닐까 싶어. 끝까지 구호 외치진 못했지만. 20명 가까이 가서 다 짐짝처럼 끌려나온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전장연의 이름으로 뭔가 남긴 건 있지 않나 생각해.
푸 : 우리 열사력(장애인 운동에 매진하다 사망한 열사들을 기리는 달력으로 매년마다 전장연, 장애해방열사단 등에서 제작한다-편집자 주)에 그 사진 올라갔어.
환 : 왜 열사력에? 그 달력 보면 황교안 이 주인공 같다. 그나저나 그 일(무대 뒤 비택) 있고 나서 얼마 안 있고 S 활동가는 황교안 정면에서 (손피켓 펼치기) 했지 않나. 그런 게 멋있는거지. (전장연은 2019년 9월 사회복지의 날 행사에 참여한 황교안 대표에 대해 ‘꼬리밟기’하고,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 편집자 주)
쑥 : 그것도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때도 장애인들은 못 갔어. 다 막혀서. 근데 경찰이 와서 알려주더라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다고. (박장대소) 그래서 내려갔지. 그때 S 활동가가 손 피켓 들고 있더라. S가 눈에 안 들어오다가 한 번 주목 받으면 확 눈에 띄잖아. 그래서 황교안 앞에 가서 딱 (피켓 펼치기) 한 거지. 하여튼 그런 일(마로니에 공원 꼬리밟기) 있고 나서 시민사회단체에서 나한테 문자 오더라고. 황교안 봤냐며. 친척들도 사진 캡쳐해서 연락하고, 언니 아니냐며. 난 그냥 가볍게 운동하듯이 마로니에 공원 갔더니 그런 효과를 보는구나 싶더라.
푸 : 예전보다 많은 활동가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짧게 나오다가 이제는 점점 길어지기도 하고.
환 : 댓글다는 사람도 많지. 기사 달리면 욕이든 뭐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건 관심거리라는 거다. 그러면 나중에는 인식도 바뀌겠지. 전장연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무관심이 욕먹는 것보다 무섭다.
쑥 : 욕한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지.
환 : 문제는 그렇게 우리가 이동권, 활동지원. 바꿔놓으면 다른데서 다 자기들이 했다 생색낸다는 거지.
쑥 : 우리가 안에서는 대단한데, 밖에서는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환 : 아니다. 밖에서 볼 때도 대단하다. 계속 승리하는 싸움을 하고 있잖나. 어떤 장애인단체는 우습게 여겼지만, 이번에 우리에 대해 성명도 냈잖아. 무시할 단체였으면 그런 것도 안 했을 거다.
장비 : 꼬리밟기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받은 적은 있나?
쑥 : 전장연 이름으로 사과받은 적은 없고 교육했다고 한 적은 있다. 당내에서는 조심스럽겠지.
환 : 부담스러운 것도 무마하는 게 좋지, 사과를 하면 이미지 떨어지니. 공식적으로 안하려 버티는 거고 교육하겠다 이런 식.
푸 :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 이제는 기사는 나오잖아. 언론에 나오니까. 조금이라도 바뀌는 거지.
8. 혐오발언, 또 하면 끝까지 쫓아갑니다
장비 : 이렇게 성과는 있는데, 우리가 계속 이야기해도 정치인들이 계속 혐오발언 한다. 벙어리라는 말도 몇 번이 나오는지 모르겠네.
쑥 : 황교안은 혐오발언 한 적 없다고 하더라. (벙어리라는 말도) 사실대로 말한 거 아니냐 하더라고.
환 : 시대착오적인 말.
쑥 :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은 시설에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황교안, 이해찬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장비 : 심지어 이 사람들은 공당 대표다.
쑥 :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없다’라는) 이해찬 발언의 문제가 뭐냐면 유튜브 녹화였다. 이런 영상이 나온 것 자체가 민주당 자체에서 이런 것들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런 게 문제다.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나중에 민주당에서 최혜영 당선인한테 인권교육 받았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됐는지는 두고 봐야지.
장비 : 혐오발언을 일삼았던 정치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쑥 : 우리는 한 번 혐오발언 한 사람은 끝까지 찾아가서 사과 받아낸다. 우리에게 찍히면 끝난다.
푸 : 교육받고, 지식인답게 했으면 좋겠다. 환경 탓하지 마라
쑥 : 제대로 된 교육.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에서 하는 교육 받아라.
환 : 장애인들은 당신들이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게 할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입니다. 당신들을 뽑아준 국민입니다. 똑바로 정치하십시오. 그리고 말조심하십시오. 찾아갑니다.
장비 : 마지막 말이 제일 무섭네. 마지막으로 장비회원들에게 할 말은?
환 : 같이 갑시다.
쑥 : 장애해방 오는 날까지!
푸 :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주시고, 만 명 모읍시다.
환 : 정치인들을 전장연 회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