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의 시선집중] 루디아의집과 같은 인권재난은 언제나 있어왔다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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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아의집과 같은 인권재난은 언제나 있어왔다

 

- 그동안의 시설범죄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

 

 

조아라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우려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질된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와 머나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온 시설거주장애인의 삶은 언제나 인권재난임을 루디아의집 사태를 통해 처참히 드러났다. 루디아의집은 이미 2014년, 보조금 횡령 건과 장애인을 못 움직이도록 제압복을 착용시킨 혐의로 1차 행정명령을, 2017년에는 장애인을 감금시키고,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인권침해로 2차 행정명령을 받은 곳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루디아의집은 장애인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이 있어왔다는 사건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서울시는 루디아의집 시설폐쇄와 운영법인인 선한목자재단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서울시의 이례적인 발표는 환영할만한 소식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괴로운 과거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시설범죄만큼 장애계의 투쟁도 숱하게 있어왔지만, 불과 10년 전에는 시설장교체, 5년 전에는 시설폐쇄 하나로 수차례 싸워도 될까 말까였다. 사건 언론보도 후 곧장 시설폐쇄와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발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물론 거주인에게 치명적인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지침을 이유로 2차까지 현재와 같은 강력한 조처가 바로 취해지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비판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동안 서울시에서 발생해온 시설범죄를 중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 극심한 인권침해와 비리횡령이 일어났던 성람재단은 관할구인 종로구청 앞에서 100일이 넘는 투쟁을 했지만, 결국 전 이사장의 자녀가 이사장을 이어받아 현재까지도 대형시설을 건재히 운영 중이다. 석암재단(현 프리웰)은 오랜 진통 끝에 공익이사로 전원 교체되어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투쟁 10년이 지난이 지난 지금도 3개의 산하시설에는 100명이 넘는 거주인이 남아있다. 인강재단 산하 송전원은 장애계의 투쟁 끝에 시설이 폐쇄된 곳 중 하나이며, 거주인 중 일부가 자립생활주택으로 입주하는 성과를 냈으며, 현재 공익이사와 바뀐 운영진들이 인강원의 탈시설 추진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마리스타의집은 거주인 대다수를 타시설로 전원 또는 원가정으로 복귀시킨 뒤 중증와상장애인만 남겨두고 시설유형과 시설명을 바꿔 현재까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불과 3년 전인 2017년에 벌어진 일이다. 의문사 및 폭행으로 인한 거주인 사망사건이 일어났던 인천 해바라기는 시설은 폐쇄됐으나, 거주인은 모두 타시설로 전원되었고 해당 법인은 현재 노인요양원을 운영 중이다.

 

이 외 일일이 다 열거하지 못한 시설범죄는 현재까지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혹 질긴 투쟁으로 시설은 폐쇄된다 하더라도 거주인에게는 타시설 전원만이 대안으로 제시하는게 많은 지자체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낸 투쟁을 우린 유심히 살펴야 한다. 시설폐쇄-탈시설지원 프로세스를 이행하고, 중증중복발달장애인에 대해서도 탈시설지원원칙 하에 ‘그저 함께 살아감’을 실천한 대구시립희망원 투쟁, 거주인들에게 어떤 정보나 경험제공도 없이 타시설전원만을 제시했한 대책을 뒤집고, 지역의 공공임대주택으로 1인 1호로 탈시설을 지원한 전북 벧엘의집 투쟁은 앞으로의 시설범죄 대응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루디아의집 역시 그래야한다.

 

작년 서울장애인차별철페연대의 농성투쟁 결과 서울시는 기존 탈시설 목표인원을 300명에서 800명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제는 시설거주인이 800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나올지 논의해야 한다. 그동안은 시설의 자체적인 욕구조사와 내부계획에 탈시설여부가 맡겨져왔다. 그러니 꾸준히 자립지원을 하는 시설이 있는가하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시설이 있어왔다. 올해부터 만들어진 탈시설팀은 탈시설이 우연히 좋은 지원자를 만나서 나오게 되는 행운이나 탈출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만큼 그 역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한다. 이는 루디아의집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을 평가하여 가르는 것이 아니라 ‘전원 탈시설 지원 원칙’을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 더불어 루디아의집 사건 대응을 모델화하고 범죄시설 폐쇄-탈시설 지원 프로세스를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설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우린 똑같은 시설범죄를 마주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투쟁으로 만들어야하는 가장 최선의 시설범죄 예방책은 감옥같은 장애인수용시설정책의 종결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을 1인 1실로 개조하는 물리적 예방책이 아니라 시설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새로 디자인하고, 더욱 촘촘히 사회적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민간사업자가 장애인의 주거를 관리 운영하는게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언제까지 민간의 영역으로 미뤄둘 수 없는 삶이 도처에 있다. 나중을 기약하는 열걸음이 아니라 지금 당장 떼는 한 걸음이 세상을 바꿔간다고 믿는다. 서울의 2,400여명, 그리고 전국의 3만 여명 모두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그 날을 위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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