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의 시선집중] 6년, 그러나 여전히 이룰 수 없는 송국현의 꿈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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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그러나 여전히 이룰 수 없는 송국현의 꿈

 

정동은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

 

故 송국현 동지

 

2014년 당시 53세의 남성이고, 29세에 사고로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의 중복장애를 가진 장애인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1990년경에 가족들에 의해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하였고, 약 24년간 무연고 즉, 가족과 관계는 단절된 상태로 시설에서 생활했다. 2013년 10월에 시설에서 퇴소하여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임시거주공간인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하였다. 장애등급제에 의해 1, 2급 장애인에게 모든 서비스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3급 장애인인 동지는 장애인활동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활동가들의 개인적 도움에 의존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중, 2014년 4월 13일 자립주택 실내에서 원인 모를 화재로 전신 3도의 화상을 입었고, 4월 17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장애등급제의 대표적인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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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송국현 동지(오른쪽)와 정동은 당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왼쪽)

 

 

2013년 가을, 그를 처음 만났다.

8월 시설에서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고, 여러 번의 망설임 끝에 10월이 되어서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시설에 찾아온 동료들이 영상으로, 또 그들의 언어로 들려주었던 자립생활의 꿈. 그 꿈을 가지고 27년 만에 용기를 낸 그였다. 나는 그에게 언어장애가 있다고 들었기에,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며 만든 글자판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글을 배운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전단지 한 장을 가지고 왔다. 센터에 있는 컴퓨터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질문을 하고 정황으로 유추해야 했다. 우리가 물으면 그는 “응”이라고 긍정하거나 ‘손을 저어’ 부정했다. 그 과정은 마치 스무고개 같은 것이었다. 스무고개, 아니 서른고개도 더 되는 많은 질문 속에서 찾아낸 그의 꿈!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 컴퓨터를 배워 일을 하고 싶다! 일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싶다!, 동료들과 놀러가고, 가고 싶은 곳에 다니고 싶다!, 결혼도 하고 싶다!”

 

결혼 이야기에 시설에 들어가기 전 있었던 20대의 찐한 사랑 이야기까지 그의 꿈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우리도 함께 꿈꾸었다.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타버린 故 송국현 동지의 집. 그러나 그는 2014년 4월, 그 꿈을 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애등급이 3급이라는 이유로, 꿈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활동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불이 났을 때, 활동지원을 받지 못했던 그는 타오르는 불길을 탈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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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타버린 故 송국현 동지의 집.

 

그가 세상을 떠나고 5년이 지난 2019년 7월,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가 시작됩니다”라고 선전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존의 의학적 판정에 따른 획일적 기준으로만 판정,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는데 한계가 있어 서비스 종합조사를 도입하여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하고,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너무도 절박하게 요구했지만, 오랫동안 넘지 못한 거대한 장벽 이었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진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는 요즘. 벚꽃이 흐드러진 4월 故 송국현의 6주기 추모를 하였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맞는 첫 번째 추모제였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지금, 6년을 되돌려 ‘송국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활동지원’.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모아 우리가 어렵게 지원했던 자부담의 활동지원은 하루 꼬박 20시간, 월 600시간이었다. 단순하게 따져 봐도 현재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표’에 1구간 일일 16시간을 받고도 모자라 추가지원까지 받아야만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진행된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 3차 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전국에 1구간, 하루 16시간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최중증이어도 2구간에 머물러 있으며, 2구간도 역시 전국에 18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송국현은 도대체 몇 시간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전체 인원 중 종합조사 1 ~ 10구간에 속하는 이들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상당수가 11 ~ 13구간에 밀집해있고, 경증장애인 1,275명 중 89%가량은 14 ~ 15구간과 구간 외에 분포한다. 모의로 종합조사를 해본 결과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으로 중복 3급을 가지고 있었던 송국현은 11 ~ 13구간 (월 180 ~ 120시간)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X1(기능제한)값 360점 이상의 사지마비가 아니므로 서울시 추가지원에는 제외된다. 그나마 탈시설 장애인의 복지부 추가지원 20시간(6개월간), 서울시 120시간(2년간)을 받게 되는데, 결국 송국현은 최대로 월 320시간 ~ 180시간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일일 20시간을 필요로 했던 송국현은 2020년, 6년을 되돌려도 하루 10시간 ~ 6시간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이 정도로는 여전히 그의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홀로 있어야 하는 14 ~ 18시간 사이 6년 전 그날처럼 원인 모를 화재의 재난이 닥쳐오면 그의 목숨조차 지키지 못한다.

 

정부의 선전과 다르게 여전히 ‘장애등급제 폐지’의 첫 단추인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표’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에 다다르지 못했다.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며,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지원이 되고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송국현들의 꿈! 정부는 이 소박한 꿈들에 더 이상 ‘돈’의 잣대로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 몰지 말아야 한다. ‘생명’과 ‘권리’의 잣대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다시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송국현의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꿈 또한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탈시설 장애인 권리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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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송국현 동지 추모 기일에 동지가 안장된 서울시립승화원을 찾아간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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