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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2020-3]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받고 제정으로 가!

2020-08-13
조회수 318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받고 제정으로 가!

 

갈홍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비 편집위원

 

장애인은 장애와 손상이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인과 다른 대우를 받아왔다.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거나,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되었다. 장애인은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서, 학교나 일터가 아닌 집에서 사는 것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다. ‘차별에 저항하라’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슬로건도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장애인에게 가해진 차별에 저항해왔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제정 후 13년이 지난 현재도 다소 부족한 내용이 있어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 운동 단체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요구하고는 있으나, 이 법이 있기 전과 생겨난 후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장애인 차별이 무엇인지를 공식적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되었고, 장애인 차별을 막거나 차별을 당한 장애인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임을 확인하고, 장애인을 비롯한 누구나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해야 함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놓인 다양한 정체성과 신분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전부 구제하지는 못한다. 어떤 장애인은 장애라는 특성 외에도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빈민, 노인 등 다양한 소수자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 다른 소수자로서 겪는 차별, 장애인이면서 소수자인 복합적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장애여성은 장애를 이유로 성적 권리나 자기결정권, 재생산 권리를 박탈당하고 무성적 존재이기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가족에게 빈곤 책임을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지만, 동시에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희망을 박탈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적이다.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은 다른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서 미숙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것이나,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무능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다. 사회 구성원들이 ‘약하고 병든’ 노인들이 사회에서 격리되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있는’ 장애인 또한 시설 수용이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 차별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라면 언젠가 나 또한 차별받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여성, 빈민, 성소수자, 청소년, 이주민 등을 차별하는 논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논리가 되며, 그 역도 가능하다. 결국 장애인이 겪는 여러 차별을 해소하려면 장애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그 외 개인의 정체성, 특성, 사회적 신분에 가해지는 모든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다섯 번째 발의되었으나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혐오 선동을 해왔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를 살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10여 년 이상 법률 제정을 미뤄왔다.

 

현실에서는 혐오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 87.7%,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국민인식조사에서 88.5%의 응답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기성 정치인들이 사회적 합의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있는 동안 시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2020년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명은 총선 때부터 공언해온 대로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인권위도 2020년 7월 1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공개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러한 변화에 일부 국회의원들도 늦게나마 차별금지법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소수자를 차별하는 세력들의 저항은 여전히 강하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참여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역구 사무실이 혐오 세력으로부터 테러당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인권위가 지하철역에 내건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가 훼손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혐오 세력의 준동에 맞서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어떤 것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의 내용은?

 

장혜영 의원 안에 의하면 차별금지법은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 특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법이다. 이를 통해 차별금지와 평등을 명시한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차별받는 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를 도모한다.

 

구체적으로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인종, 사상, 종교 등 23가지 정체성, 사회적 신분, 특성을 망라한 차별을 금지한다. 이러한 정체성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행정 등 사회적 영역에서 직접 차별, 간접차별, 성적 괴롭힘, 괴롭힘, 차별을 조장하는 광고행위를 금지한다. 이와 같이 차별받는 정체성 등과 차별금지 영역, 차별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사회적으로 어떤 것이 차별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자 했다.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을 겪은 피해자는 인권위에 차별 진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위에는 권고 외에도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차별 구제 소송 지원 등의 권한을 부여한다. 법원에는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시정 조치, 손해배상 판결을 할 수 있게 했고, 악의적 차별행위에는 추가적인 배상금을 지급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소송에서의 입증 책임도 피해자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지우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내용은 차별을 바로잡고 피해자의 회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여, 차별 해소에 대한 국가적인 책임을 부여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보수 기독교계 등 혐오세력들은 조직력을 앞세워 차별금지법 제정을 저지하고, 각종 인권 법률과 조례를 폐지하려 시도했다. 그리고 정치권은 인권을 후퇴시키는 데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지지를 등에 업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차별을 조장하거나 동조하는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리는 SNS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국민청원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훼손된 자리에는 여러 활동가와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인 차별 반대 메시지들이 넘쳐나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는 단체, 정치인을 지지하고 후원하거나 직접 활동할 수 있다. 이번 차별금지법안 발의에 발맞춰 전장연과 장비 회원들이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쐐기를 박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Solidarity Against Disability Discri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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