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탈시설
김수경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첫 사망자는 정신장애인 수용시설인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다던 정신병원. 사람이 모여 전파된다던 그 무시무시한 감염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격리된 거주시설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저 평생을 병원에서 생활하고 외출도 하지 않았던 정신장애인들이 가장 첫 번째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청도 대남병원 내 코로나19 확진된 입원 환자는 총 103명이었다. 정신병동에 입원 중이던 환자 전원이 감염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았던 방침은 “코호트 격리”, 해당 정신병동을 통째로 봉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갇혀있는 이들끼리 그대로 갇혀있기를, 아니 죽기를 강요받았다. 대남병원 내 감염의 확산과 잇따른 죽음이 더 진전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둬두기를 멈추고 확진자들을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서울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이하 IL센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거주시설연계사업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IL센터가 서울시 관할 거주시설 한 곳과 연계되어 시설에 사는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IL센터 활동가들이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국내에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나가는 이 시점까지 대부분의 거주시설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문패를 걸어두고 시설문을 꽁꽁 잠가둔 상태다. 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도 면회도 불가하다. 자연스럽게 IL센터들은 대부분 2020년 사업을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앞선 청도 대남병원의 경험은 이러한 “출입금지” “외출금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끔 하였다. 하다못해 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식료품 업체가 드나들 텐데, 직원들도 출퇴근을 하는데, 정말 거주인만 나가지 않고 외부인을 만나지 않으면 시설이 안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우리 모두 충분히 외출하고, 외식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며 만나고 있는데,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만 일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고 해서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꾸 궁금해졌다. 만나지 못하니 계속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위생관리는 잘 지원되고 있을까?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제공이 이뤄지고 있는 걸까? 몇십 명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 거리두기는 정말 가능할까? 식사는?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된 상황에서 낮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우리는 그 누구도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지는 않는데, 일상이 곧 집단생활인 거주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사실 위에서 던진 궁금증과 상상에 따른 해답은 결국 명료하다. 사적 공간이 없는 집단 거주 형태는 감염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 시민들의 일상은 대부분 그대로인데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삶만 멈춰있게 하는 격리식 감염병 대처방안은 심각하게 불평등하다. 충분한 정보제공과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일상은 시설이라는 형태로 묶어둔 격리 공간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더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안은 시설 거주가 아니라 탈시설임을 더 명확하게 확인하였다.
IL센터들은 코로나를 맞이한 이래로 지속해서 시설문을 두드려왔다. 만나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니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소규모로 만나거나, 1대1로 만나거나, 안전한 공간과 원칙을 마련하여 만나자는 제안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거주시설과 서울시의 답변은 결국 ‘나중에’였다. 일단 코로나가 위험하니깐 나중에, 조금만 더 진정되면 만나자는 것이다. 아무도 그 ‘나중에’가 언제가 될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무의미한 답변이기도 했지만, 이 만남이 하루하루 더 유예될수록 시설에 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코로나로부터 더 위험한 상황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답은 탈시설, 그리고 자유롭고 안전한 자립생활 권리의 보장이다.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탈시설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 도래했으므로 탈시설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일상이 재난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꿋꿋이 다짐하면서 말이다.
코로나 시대의 탈시설
김수경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첫 사망자는 정신장애인 수용시설인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다던 정신병원. 사람이 모여 전파된다던 그 무시무시한 감염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격리된 거주시설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저 평생을 병원에서 생활하고 외출도 하지 않았던 정신장애인들이 가장 첫 번째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청도 대남병원 내 코로나19 확진된 입원 환자는 총 103명이었다. 정신병동에 입원 중이던 환자 전원이 감염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았던 방침은 “코호트 격리”, 해당 정신병동을 통째로 봉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갇혀있는 이들끼리 그대로 갇혀있기를, 아니 죽기를 강요받았다. 대남병원 내 감염의 확산과 잇따른 죽음이 더 진전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둬두기를 멈추고 확진자들을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서울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이하 IL센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거주시설연계사업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IL센터가 서울시 관할 거주시설 한 곳과 연계되어 시설에 사는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IL센터 활동가들이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국내에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나가는 이 시점까지 대부분의 거주시설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문패를 걸어두고 시설문을 꽁꽁 잠가둔 상태다. 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도 면회도 불가하다. 자연스럽게 IL센터들은 대부분 2020년 사업을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앞선 청도 대남병원의 경험은 이러한 “출입금지” “외출금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끔 하였다. 하다못해 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식료품 업체가 드나들 텐데, 직원들도 출퇴근을 하는데, 정말 거주인만 나가지 않고 외부인을 만나지 않으면 시설이 안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우리 모두 충분히 외출하고, 외식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며 만나고 있는데,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만 일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고 해서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꾸 궁금해졌다. 만나지 못하니 계속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위생관리는 잘 지원되고 있을까?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제공이 이뤄지고 있는 걸까? 몇십 명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 거리두기는 정말 가능할까? 식사는?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된 상황에서 낮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우리는 그 누구도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지는 않는데, 일상이 곧 집단생활인 거주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사실 위에서 던진 궁금증과 상상에 따른 해답은 결국 명료하다. 사적 공간이 없는 집단 거주 형태는 감염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 시민들의 일상은 대부분 그대로인데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삶만 멈춰있게 하는 격리식 감염병 대처방안은 심각하게 불평등하다. 충분한 정보제공과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일상은 시설이라는 형태로 묶어둔 격리 공간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더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안은 시설 거주가 아니라 탈시설임을 더 명확하게 확인하였다.
IL센터들은 코로나를 맞이한 이래로 지속해서 시설문을 두드려왔다. 만나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니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소규모로 만나거나, 1대1로 만나거나, 안전한 공간과 원칙을 마련하여 만나자는 제안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거주시설과 서울시의 답변은 결국 ‘나중에’였다. 일단 코로나가 위험하니깐 나중에, 조금만 더 진정되면 만나자는 것이다. 아무도 그 ‘나중에’가 언제가 될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무의미한 답변이기도 했지만, 이 만남이 하루하루 더 유예될수록 시설에 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코로나로부터 더 위험한 상황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답은 탈시설, 그리고 자유롭고 안전한 자립생활 권리의 보장이다.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탈시설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 도래했으므로 탈시설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일상이 재난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꿋꿋이 다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