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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지도부 선거 4 선거운동본부에 보내는 장애인 노동정책 공개 질의서

2020-11-27
조회수 877

안녕하십니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각 선거운동본부의 막바지 선거운동이 무탈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전태일 50주기에 열리는 이번 민주노총 선거가 지금까지 노동 해방 세상을 만들어 오는 데 앞장 서 온 민주 노조 운동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장연은 언제나 그래왔듯 앞으로도 소외받고 억압받는 노동자 민중 투쟁에 동지로서 함께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노동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어 왔습니다. 자본이 요구하는 생산성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불구화되어 왔고, 이와 함께 이 세계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자격도 상실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적 장애인 운동은 이러한 역사적 조건에 맞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 세상을 쟁취하기 위하여 노동자 민중들과 오랜 기간 함께 투쟁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로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쟁취해 냈고, 수많은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며, 장애인들이 겪는 노동으로부터의 배제,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조금씩 변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 대다수는 여전히 비경제활동인구, 기생적 소비계층에 머물러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률은 34.9%로 전체 인구 고용률의 60.4%에 한참 미치지 못하며,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20.2%에 불과합니다. 노동 시장에 진입한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그들 대다수는 각종 차별과 함께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장애인 임금노동자 중 43.9%가 임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임시 일용직 비중 31.4%를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수도 9,413명으로 2018년에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아울러 2019년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일자리 노동자 설요한의 사망, 2020년 광주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던 지적장애인 노동자 김재순의 사망 등 장애인 노동자들의 죽음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장애인들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장애인 노동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생산성, 효율성 논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의 노동 통념 및 기존 법률만으로는 현 사태를 제대로 돌파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은 노동자 운동과 장애인 운동이, 여러 소수자 운동 단위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을 기획할 때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 현장을, 모든 이들이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생산 현장을, 더 나아가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직접 통제하는 민주적 노동 해방 세상을 구상해 갈 때입니다.

 

이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전장연은 민주노조운동과 언제나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이러한 취지에서 귀 선거본부에 다음의 사항에 대하여 질의와 답변을 요청 드리고 싶습니다.

 

귀 선거본부에서 주신 대답은 전장연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하나,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적용제외 조항에 의거 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선이 된 이후 전장연과 함께 공식적으로 중증장애인의 최저임금적용제외 폐지를 선언과 구체적인 실천 투쟁계획을 함께 해 주실 수 있는지요?

 

<최저임금법> 7조에 명시된 최저임금의 적용 제외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2.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최저임금법> 1조에 명시되어 있듯,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1만 명 가까이 되는 장애인 노동자들은 이 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7조는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그 본 목적에 맞지 않게 오로지 자본 중심 생산성 기준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로써 장애인들을 그저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로만 낙인찍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의 형태는 다양하며, 근로능력을 산정하는 기준 역시 결코 고정된 채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 조항은 그러한 사실은 무시한 채 오로지 자본에게 유리한 입장만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으며, 이로써 장애인들을 그저 불능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장연은 최저임금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모든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법>최저임금적용제외 조항 폐지를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들이 단체협약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직장 내 장애인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는 노동환경 조성등의 내용을 주요의제로 교섭할 수 있도록, 향후 민주노총과 전장연 간의 사회적 협약을 체결 할 수 있는지 답변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해 민주노총 장애인 노동조합의 설립과 함께, 올해는 민주노총에서 장애인 조합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실태조사의 중간보고 결과, 민주 노조가 건설되어 있는 사업장에서는 민주 노조가 없는 사업장들에서보다 장애인 노동자들이 더 안정적인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어떤 노동조합은 이미 장애인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의 조성’, ‘보조기기의 제공’, ‘사업장 내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 설치’,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및 차별로 인한 채용의 제한에 대한 거부등의 내용을 이미 단체협약의 내용에 포함시켜 놓았고, 이는 분명 해당 사업장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장애인 의무고용률조차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 50인 이상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장애인의무고용 대상 사업체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공공은 장애인 노동자를 전체 노동자의 3.4%, 민간은 장애인 노동자를 전체 노동자의 3.1%만큼 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 부문에서도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관이 여전히 많을 뿐 더러, 30대 대기업 중 의무고용률을 준수하는 사업장은 단 한 곳에 불과합니다. 노동자 민중, 장애인 진영이 함께 쟁취해 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이러한 자본의 만행 탓에 장애인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생산 현장 대다수에서 장애인 노동자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노동 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어가며 차별 없는 노동 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은, 민주노총과 전장연이 함께 지향해야 하는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전장연은 민주 노조들의 단체협약에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및 각종 장애인 노동조건 개선 사항을 포함하는 것, 또한 이를 위하여 장애인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사항에 대하여 귀 선거본부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 공공의 차원에서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 마련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밝혀주시고, 향후 당선 이후, 이에 대한 전장연의 행동계획에 동참해 주실 수 있는지요.

 

앞서 언급했듯, 장애인들의 고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중증장애인 대다수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물러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기생적 소비계층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조건은 장애인들을 빈곤의 굴레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더러, 장애인들이 불능한 존재라는 낙인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매우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입니다만, 중증장애인들의 신체는 결코 자본 중심의 생산성 기준에 적합한 신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의 장애인노동정책들은 재활의 패러다임에 맞춰 억지로 이 생산성 기준에 장애인 개개인들을 끼워 맞추려 해 왔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본에 적합한 신체로 거듭날 이유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노동을 생산성이나 효율성만으로 평가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 존재가 될 것만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동은 단순히 자본의 이윤창출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타자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활동인 동시에 대중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올 해 71일부터 서울시에서 시행된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계의 지난한 투쟁 덕에 마련된 일자리로 한국정부가 비준했지만 사실상 거의 이행하고 있지 않은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이 한국 사회에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일자리에 고용된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장애인권리협약>을 대중들에게 홍보하고, 이 협약에 어긋나는 사항들에 대한 저항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60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 중 대다수는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해 본 중증장애인들입니다. 이 노동 과정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은 거주시설이나 집과 같이 고립되고 격리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세계를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자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아직 시범사업의 단계에 머물러 있고, 아직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입니다. 따라서 전장연은 향후 이 일자리를 안정화하고, 더 좋은 일자리로 거듭나게 만드는 한편으로, 전국적 단위로 이러한 목적을 가진 일자리를 확장해 가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최중증장애인도 노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고, 이로써 기존의 생산성, 효율성 중심의 노동 개념을 혁파하기 위해서라도, 전장연은 이 일자리에 대한 귀 선본의 지지를 바라고 있으며, 향후 민주노총이 이 일자리 노동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직접 수행할 각종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도 함께 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장연은 더 이상 장애인들이 자본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생산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장애인 노동자들도 자본의 기준에만 맞춰진 생산적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노동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의 노동 착취 시스템은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 노동자들에게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착취와 배제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자본 중심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중심이 된 노동,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 현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민주노총과 함께 계속 싸워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로써 자본만을 위한 노동, 이윤 창출만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민중들이, 그리고 이 세계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해방적 노동을 민주노총과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하나. 위의 약속이 민주노총 내에서 힘 있게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민주노총에서 상설위원회로 장애인위원회를 건설하기를 바라며, 또한 사무총국에 장애인 조직 전담 활동가 1인을 배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선거운동으로 많이 바쁘시겠지만, 저희 전장연의 외침에 잠시 관심을 기울여 화답해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

 

 

장애인노동정책공개질의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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