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투쟁 발언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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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일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투쟁 발언문

 

강희석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 대표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에서 활동하는 강희석입니다.

 

구호에 근조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라는 말이 있습니다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죽었다는 말이지요과연 존엄한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 노동의 권리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에 살아있기는 했던가를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률이 36%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몸의 손상만으로 경증이냐중증이냐를 가르는 것도 매우 이상한 현상이지만그 통계에 포함된 이들조차 대부분 경증장애를 가진 분들이라는 것은 너무나 뻔한 사실입니다중증장애인의 노동은 아예 있지도 않았던 것이 명백합니다.

 

나야도 2017년 말 전장연 동지들과 함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했습니다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외치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라는 일자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지난해 이맘 때 12일간의 긴 교육을 마치고중증장애인 강사분들은 생애 처음으로 심사단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평가 시연을 받았고강사 자격을 취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2019) 4월부터 7명의 고용 강사와 21명의 기타 계약 강사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고용 강사들은 월 10회 교육, 88만 원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이 일을 하기 위해 고용 강사들은 수급비 일부가 깎이고또 사업 기간이 끝나고 다시 사업이 진행될 때까지 2개월 이상 자칫 수급비가 중단될 수도 있는 매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불안정 노동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사업체 발굴이 교육기관과 강사의 몫으로만 남기 때문입니다반면 사업체가 선택할 교육 방법은 인터넷 영상교육부터 내부 직원에 의한 교육그리고 장애인 강사를 만나는 대면교육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이런 상황인데도 고용에 따른 급여가 교육 횟수와 비례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세상에 어떤 고용이 성과에 따른 책임을 따져 물으며 급여가 발생한다는 말입니까?

 

이와 관련해 중증장애인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비장애인 강사가 PT 10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시간과 중증장애인이 강사가 교육 준비를 위해 들이는 시간을 같은 속도와 맥락으로 본다면 이건 결코 공정한 출발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중증장애인 강사가 PT 1장의 내용을 생산하기 위해 5시간이 걸리는 것을 노동으로 보지 않고성과주의에 입각해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운운하다면중증장애인은 그 압박에 눌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감기로 기침이 심한 남편이 지방에 교육 가는 것이 걱정되어 전화한 아내에게, ‘또 다른 증상이 없다면 컨디션을 보고 예정대로 가자고 재촉하게 되는 사무국의 냉정함이 못내 아쉽고 미안합니다고용 강사 한 분은 강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수급비를 받으며 자신의 방에서 천장만 보고 누워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강의가 사회생활로 이어지고자신감이 높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비로소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다는 자존감도 생겼다고 합니다.

 

일을 통해 삶이 달라지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사회구성원으로 평등한 일터에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와 성과에 대한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하지만 정부는 결과와 성과로 강사님들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부담을 가해우리는 또 다른 설요한님을 만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노동부그리고 정부에 요구합니다.

 

중증장애인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공공기관교육기관 그리고 고용장려금을 받는 사업체에 대면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둘째중증장애인 고용이 안정되기 위해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몇 개월이라도 수급비가 중단될 수도 있는 불안정을 해소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셋째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으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서 중증장애인 협업강사를 명시해야 합니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모습을 나눌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중증장애인에게 노동할 권리가 보장되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Solidarity Against Disability Discri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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