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적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의 직장 내 괴롭힘 해결 과정에 대한 입장문
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성평등위원회(성평등위)는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이하 비마이너)의 직장 내 괴롭힘 해결 과정에 대하여 전장연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음과 같이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2. 전장연 성평등위는 성평등을 지향하며, 성폭력과 성차별에 맞서는 조직 내 민주주의를 장애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 활동해 왔습니다. 성평등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운동사회에서도 부차적으로 취급해 온 역사를 비판하며, 장애차별과 성차별을 복합적으로 인식하고 장애운동 안에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 목표에 근거해, 성평등위는 ‘비마이너 직장 내 괴롭힘’을 진보적 장애운동 현장이 성찰적으로 직면해야 할 중요한 사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전장연과 비마이너는 운동단체와 언론이라는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비마이너가 전장연 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대해 온 중요한 언론이었기에 본 사안을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전장연 운동 안에서 발생한 괴롭힘 사안을 외면하며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해당 사안에 장애운동의 동료들도 참여해 왔기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성찰과 토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성평등위 구성원들은 각자 위치와 경험이 다르고, 직간접적으로 해당 사안에 관련된 위원도 있습니다. 본 입장문은 정보차가 존재하고 사실 관계를 모두 알기 어려워 의결할 수 없다는 위원들 간의 의견차로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성평등위 내규 5조에 따라 의결과정을 거쳤습니다. 입장문 발표에 동의한 위원들은 원사건과 해결 과정 전체를 알지 못하지만, 법적 기준을 근거로 사건을 판단한 점과 2차가해의 심각성을 중대하게 살폈습니다. 본 입장문은 2024년 8월 13일 발표한 비마이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입장문과 2025년 2월 17일 (사)노란들판(이하 노란들판) 입장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작성했습니다. 전장연이 본 사안을 인권의 관점으로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비마이너와 노란들판이 이전과 다른 관점과 방향으로 나아가길 요청합니다.
4. 운동조직이 조직 내 괴롭힘 사안을 다룰때 구성원 간 권력 관계의 불균형과 불평등함을 인정하고 성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운동이 구조적 차별을 발견하고 근본적 변화를 위해 비판하듯이 조직도 구조적 권력 관계를 직면하기 위해 긴장하고 애써야 합니다. 따라서 조직 내 괴롭힘 피해를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심도있게 경청하며 성찰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신고인에게 상호 간의 문제와 실수 등 개인적 차원의 책임을 묻기 전에 사안이 발생하게 된 조직의 위계적 문화와 관계 내 권력의 특징을 짚고, 공동으로 분석하는 과정은 조직 내 사안을 해결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운동사회는 직장내 괴롭힘에 관해 법률에 명시된 ‘사업주의 책임’을 넘어 운동의 책임으로 높은 민감성과 인권의 관점으로 신고인들의 피해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뼈 아프게 이해하려는 과정을 거쳐야 조직의 한계와 과제도 비로소 보일 것입니다. 윤석열과 오세훈에게 탄압받는 열악한 운동 조건과 장애운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 조직내 공동의 이해와 분석 과정을 소홀히 해도 되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법적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누군가 더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조직의 불평등한 권력을 외면하고 기존의 관성을 방치하게 되면 민주적인 조직운영은 멀어지고 함께 책임질 새로운 주체도 찾기 어려워집니다.
5. 2024년 8월 13일 비마이너 비대위 입장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위촉한 노무사는 퇴사자1과 퇴사자2가 ***편집장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제기한 사건들이 1) 직장 내 괴롭힘법(근로기준법 76조) 시행 이전 벌어진 사건(2018년)이거나 2) 2023년 9월 1일자로 이뤄진 고용 관계 전환 이전에 벌어진 사건(2019-2020년)이므로, 법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비대위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모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는 고용 관계를 책임에 대한 판단 근거로 삼으며 노란들판이 ‘법적으로 다룰 수 없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법률에 근거하여 해당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신고인들이 조직 내 해결을 요청하며 민주적, 인권적 관점에서 해결되기를 바랬던 방향에 매우 배치됩니다. 협소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법적 근거와 절차 이면에 신고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위계와 권력, 불평등을 더 숙고해서 살펴야 합니다. 괴롭힘 사안을 다룰 때 필요한 인권의 관점은 피·가해 구도만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와 문화에 대한 이해입니다. 비대위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해당 사건을 판단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지만, 신고인과 운동사회 동료들이 기대한 응답은 위계적이거나 비민주적인 구조를 제대로 살피고 그러한 사태를 방치한 조직적 책임에 대한 의지일 것입니다. 이를 성찰적으로 표명하지 않은 입장문에 실망하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6. 한편 사회적인 책임을 지고 해당 사건을 조사했다고 발표한 비대위의 퇴사자 1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역시 한계적입니다. 비대위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비대위는 조사 과정에서 1) 당시 신고인(퇴사자1)과 피신고인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비마이너 단체 대화방, 당시 비마이너 재직자들 간에 오간 문자, 신고인 재직 시기 회의록 전체, 기사 자료 등 객관적 증거들의 확인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한 신고인의 기억이 부정확하고 일부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짐을 확인했고, 2) 신고인이 제기한 피신고인과의 관계 문제 및 근무 조건의 문제 등은 신고인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당시 구성원들 간 문자 기록 및 회의록 등을 통해 확인했으며, 3) 당시 안정된 조직 체계가 부재한 상태로 편집장 1인에게 조직이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한 상황 속에서, 신고인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피신고인에게만 일방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대위는 이와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퇴사자 1의 신고 내용도 ‘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비대위는 괴롭힘과 성희롱 사실을 판단할 때 ‘기억의 부정확함’과 ‘진술의 일관성’을 근거로 신고인에게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고인들은 고용 상태에 있을 때 피해를 말하기 어려워 퇴사한 이후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조직을 떠난 이후 증거를 제시하거나 다른 구성원들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등 조직적 제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한 괴롭힘과 성희롱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안들은 확인 가능한 증인이나 증거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신고인의 진술이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당시의 권력 관계와 당사자들의 위치를 인권의 관점으로 살피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7. 2025년 2월 17일 노란들판 입장문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000 씨가 겪은 고통의 책임이 전 편집장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 ○○○이 000 씨 재직 당시에는 지금과 정반대로, 전 편집장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문자 기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내용이 담겨진 입장문에 대해 신고인은 실명 등이 본인과 협의 없이 노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특정한 대화의 일부를 공개해 불특정 다수에게 신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심화시키는 명백한 2차 가해 입니다. 인권운동 현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권 침해와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며 다양한 피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피해자의 해석과 발언은 늘 일관되게 선형적일 수 없고, 해당 조직을 떠나 다른 위치에 섰을 때 재해석과 발언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뒤늦게 피해를 말하는 것에 대해 ‘왜 이제야 말하느냐’는 반문보단, 당시엔 왜 말할 수 없었는지, 이제라도 조직이 짚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위 입장문은 문자 내용을 통해 신고인의 평판을 알리듯 공개하고, 이전과 달라진 전직 기자들의 입장을 언급하며 그들이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자다움의 프레임은 반성폭력 현장에서 법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취하는 태도이며,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기 어렵게 하고 고립시킵니다.
8. 조직 내 괴롭힘 사안에 대한 판단이 괴롭힘이 발생하게 된 구조와 조직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문제제기자들은 무력감에 지쳐갈 수밖에 없으며, 2차 가해는 정당화됩니다. 성평등위는 전장연이 지난 시간 겪어온 성폭력, 조직 내 민주주의 사안들의 해결 과정을 역사화하여, 운동의 자부심으로 삼길 바랍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탈시설 투쟁이 정의로운 역사인 것처럼, 성폭력과 조직 내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도 자부심 깃든 역사입니다. 이 자부심의 경험을 복기하며, 더 이상의 2차 가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안의 권력과 가해자성을 성찰적으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우리가 늘 말해왔듯,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
9. 입장문에는 조직 내 괴롭힘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사과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괴롭힘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필요한 인권의 관점을 유지하지 못한 반성과 조직적 책임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노란들판과 비마이너는 괴롭힘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점과 절차의 한계, 해당 입장문의 문제점, 신고인들의 호소, 그리고 동료들이 제기하는 비판을 성찰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성평등위는 비마이너 사건 해결의 과정이 단순히 비마이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장연 운동의 조직내 민주주의를 각성하고 올바르게 풀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비마이너 조직을 정비하고 단단하게 하는 과정은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고자 하는 뼈아픈 경험과 의지 속에서 가능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신고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지지하는 길입니다. 이제라도 신고인의 관점에서 본 사건을 다시 짚어보고, 과정에서 소홀히 다뤘던 인권의 관점을 길어 올려 비마이너 조직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란들판과 비마이너 조직 내부는 이러한 과정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안을 새롭게 들여다 봐야 할 책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전장연 또한 동일한 과오의 책임 선상에 있음을 알고, 노란들판과 비마이너에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민주적인 조직 문화로의 변화에 나서야 합니다. 이 과정을 겪어내야 비마이너와 함께 전장연도 더 민주적인 다음 장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평등위도 성찰적으로 참여하며 역할과 책임을 찾아가겠습니다.
2025년 3월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평등위원회
진보적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의 직장 내 괴롭힘 해결 과정에 대한 입장문
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성평등위원회(성평등위)는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이하 비마이너)의 직장 내 괴롭힘 해결 과정에 대하여 전장연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음과 같이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2. 전장연 성평등위는 성평등을 지향하며, 성폭력과 성차별에 맞서는 조직 내 민주주의를 장애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 활동해 왔습니다. 성평등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운동사회에서도 부차적으로 취급해 온 역사를 비판하며, 장애차별과 성차별을 복합적으로 인식하고 장애운동 안에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 목표에 근거해, 성평등위는 ‘비마이너 직장 내 괴롭힘’을 진보적 장애운동 현장이 성찰적으로 직면해야 할 중요한 사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전장연과 비마이너는 운동단체와 언론이라는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비마이너가 전장연 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대해 온 중요한 언론이었기에 본 사안을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전장연 운동 안에서 발생한 괴롭힘 사안을 외면하며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해당 사안에 장애운동의 동료들도 참여해 왔기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성찰과 토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성평등위 구성원들은 각자 위치와 경험이 다르고, 직간접적으로 해당 사안에 관련된 위원도 있습니다. 본 입장문은 정보차가 존재하고 사실 관계를 모두 알기 어려워 의결할 수 없다는 위원들 간의 의견차로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성평등위 내규 5조에 따라 의결과정을 거쳤습니다. 입장문 발표에 동의한 위원들은 원사건과 해결 과정 전체를 알지 못하지만, 법적 기준을 근거로 사건을 판단한 점과 2차가해의 심각성을 중대하게 살폈습니다. 본 입장문은 2024년 8월 13일 발표한 비마이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입장문과 2025년 2월 17일 (사)노란들판(이하 노란들판) 입장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작성했습니다. 전장연이 본 사안을 인권의 관점으로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비마이너와 노란들판이 이전과 다른 관점과 방향으로 나아가길 요청합니다.
4. 운동조직이 조직 내 괴롭힘 사안을 다룰때 구성원 간 권력 관계의 불균형과 불평등함을 인정하고 성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운동이 구조적 차별을 발견하고 근본적 변화를 위해 비판하듯이 조직도 구조적 권력 관계를 직면하기 위해 긴장하고 애써야 합니다. 따라서 조직 내 괴롭힘 피해를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심도있게 경청하며 성찰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신고인에게 상호 간의 문제와 실수 등 개인적 차원의 책임을 묻기 전에 사안이 발생하게 된 조직의 위계적 문화와 관계 내 권력의 특징을 짚고, 공동으로 분석하는 과정은 조직 내 사안을 해결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운동사회는 직장내 괴롭힘에 관해 법률에 명시된 ‘사업주의 책임’을 넘어 운동의 책임으로 높은 민감성과 인권의 관점으로 신고인들의 피해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뼈 아프게 이해하려는 과정을 거쳐야 조직의 한계와 과제도 비로소 보일 것입니다. 윤석열과 오세훈에게 탄압받는 열악한 운동 조건과 장애운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 조직내 공동의 이해와 분석 과정을 소홀히 해도 되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법적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누군가 더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조직의 불평등한 권력을 외면하고 기존의 관성을 방치하게 되면 민주적인 조직운영은 멀어지고 함께 책임질 새로운 주체도 찾기 어려워집니다.
5. 2024년 8월 13일 비마이너 비대위 입장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위촉한 노무사는 퇴사자1과 퇴사자2가 ***편집장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제기한 사건들이 1) 직장 내 괴롭힘법(근로기준법 76조) 시행 이전 벌어진 사건(2018년)이거나 2) 2023년 9월 1일자로 이뤄진 고용 관계 전환 이전에 벌어진 사건(2019-2020년)이므로, 법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비대위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모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는 고용 관계를 책임에 대한 판단 근거로 삼으며 노란들판이 ‘법적으로 다룰 수 없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법률에 근거하여 해당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신고인들이 조직 내 해결을 요청하며 민주적, 인권적 관점에서 해결되기를 바랬던 방향에 매우 배치됩니다. 협소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법적 근거와 절차 이면에 신고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위계와 권력, 불평등을 더 숙고해서 살펴야 합니다. 괴롭힘 사안을 다룰 때 필요한 인권의 관점은 피·가해 구도만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와 문화에 대한 이해입니다. 비대위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해당 사건을 판단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지만, 신고인과 운동사회 동료들이 기대한 응답은 위계적이거나 비민주적인 구조를 제대로 살피고 그러한 사태를 방치한 조직적 책임에 대한 의지일 것입니다. 이를 성찰적으로 표명하지 않은 입장문에 실망하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6. 한편 사회적인 책임을 지고 해당 사건을 조사했다고 발표한 비대위의 퇴사자 1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역시 한계적입니다. 비대위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비대위는 조사 과정에서 1) 당시 신고인(퇴사자1)과 피신고인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비마이너 단체 대화방, 당시 비마이너 재직자들 간에 오간 문자, 신고인 재직 시기 회의록 전체, 기사 자료 등 객관적 증거들의 확인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한 신고인의 기억이 부정확하고 일부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짐을 확인했고, 2) 신고인이 제기한 피신고인과의 관계 문제 및 근무 조건의 문제 등은 신고인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당시 구성원들 간 문자 기록 및 회의록 등을 통해 확인했으며, 3) 당시 안정된 조직 체계가 부재한 상태로 편집장 1인에게 조직이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한 상황 속에서, 신고인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피신고인에게만 일방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대위는 이와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퇴사자 1의 신고 내용도 ‘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비대위는 괴롭힘과 성희롱 사실을 판단할 때 ‘기억의 부정확함’과 ‘진술의 일관성’을 근거로 신고인에게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고인들은 고용 상태에 있을 때 피해를 말하기 어려워 퇴사한 이후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조직을 떠난 이후 증거를 제시하거나 다른 구성원들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등 조직적 제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한 괴롭힘과 성희롱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안들은 확인 가능한 증인이나 증거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신고인의 진술이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당시의 권력 관계와 당사자들의 위치를 인권의 관점으로 살피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7. 2025년 2월 17일 노란들판 입장문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000 씨가 겪은 고통의 책임이 전 편집장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 ○○○이 000 씨 재직 당시에는 지금과 정반대로, 전 편집장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문자 기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내용이 담겨진 입장문에 대해 신고인은 실명 등이 본인과 협의 없이 노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특정한 대화의 일부를 공개해 불특정 다수에게 신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심화시키는 명백한 2차 가해 입니다. 인권운동 현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권 침해와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며 다양한 피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피해자의 해석과 발언은 늘 일관되게 선형적일 수 없고, 해당 조직을 떠나 다른 위치에 섰을 때 재해석과 발언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뒤늦게 피해를 말하는 것에 대해 ‘왜 이제야 말하느냐’는 반문보단, 당시엔 왜 말할 수 없었는지, 이제라도 조직이 짚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위 입장문은 문자 내용을 통해 신고인의 평판을 알리듯 공개하고, 이전과 달라진 전직 기자들의 입장을 언급하며 그들이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자다움의 프레임은 반성폭력 현장에서 법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취하는 태도이며,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기 어렵게 하고 고립시킵니다.
8. 조직 내 괴롭힘 사안에 대한 판단이 괴롭힘이 발생하게 된 구조와 조직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문제제기자들은 무력감에 지쳐갈 수밖에 없으며, 2차 가해는 정당화됩니다. 성평등위는 전장연이 지난 시간 겪어온 성폭력, 조직 내 민주주의 사안들의 해결 과정을 역사화하여, 운동의 자부심으로 삼길 바랍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탈시설 투쟁이 정의로운 역사인 것처럼, 성폭력과 조직 내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도 자부심 깃든 역사입니다. 이 자부심의 경험을 복기하며, 더 이상의 2차 가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안의 권력과 가해자성을 성찰적으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우리가 늘 말해왔듯,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
9. 입장문에는 조직 내 괴롭힘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사과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괴롭힘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필요한 인권의 관점을 유지하지 못한 반성과 조직적 책임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노란들판과 비마이너는 괴롭힘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점과 절차의 한계, 해당 입장문의 문제점, 신고인들의 호소, 그리고 동료들이 제기하는 비판을 성찰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성평등위는 비마이너 사건 해결의 과정이 단순히 비마이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장연 운동의 조직내 민주주의를 각성하고 올바르게 풀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비마이너 조직을 정비하고 단단하게 하는 과정은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고자 하는 뼈아픈 경험과 의지 속에서 가능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신고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지지하는 길입니다. 이제라도 신고인의 관점에서 본 사건을 다시 짚어보고, 과정에서 소홀히 다뤘던 인권의 관점을 길어 올려 비마이너 조직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란들판과 비마이너 조직 내부는 이러한 과정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안을 새롭게 들여다 봐야 할 책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전장연 또한 동일한 과오의 책임 선상에 있음을 알고, 노란들판과 비마이너에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민주적인 조직 문화로의 변화에 나서야 합니다. 이 과정을 겪어내야 비마이너와 함께 전장연도 더 민주적인 다음 장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평등위도 성찰적으로 참여하며 역할과 책임을 찾아가겠습니다.
2025년 3월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평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