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깊이 애도하며
우리는 고공에서, 그의 뜻을 살아내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시설에 갇힌 이들의 손을 잡고, 축복을 내리며,
시설에서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던 이가 그가 평생을 섬기던 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천주교가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 꽃동네에 방문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선에 머무르지 말고, 인간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나아가라”, 그것이 교황이 꽃동네에 전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 말이 꽃동네에 남은 문장으로만 남지 않게 하겠다.
우리의 고공농성은 교황을 향한 추모와 애도의 기도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애도의 실천이다.
우리는 이 종탑 위에서 몸으로 그 말을 살아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가겠다.
꽃동네를 방문한지 10년이 지난 2024년, 교황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은 권리와 의무를 지닌 완전한 인간 주체“인데도,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주변화되고 고립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장애가 개인의 비극으로 간주되고, 장애인은 사회의 이물질처럼 다뤄지는 ‘숨겨진 망명자(hidden exiles)’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버려지는 문화는 국경이 없다”, “버려지는 문화는 곧 죽음의 문화가 된다.”고 일갈했다.
프란치스코가 말한 버려지는 문화, 죽음의 문화는 한국에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권리를 빼앗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버리는 죽음의 문화.
그 문화는 구조화돼 전국 곳곳의 시설에서 반복되었고,
울산 태연재활원에서는 생활지도원이 장애인을 하루 수십 차례 폭행했다.
그 수는 한 달 890건에 달했다. 그 누구도 막지 않았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수많은 장애인 거주시설 안에서, 숫자로만 남은 폭력과 고립으로 죽음의 문화는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 종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겠다.
한 번도 지역사회를 살아보지 못한 채 시설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이곳에서 울리는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추모하겠다.
그리고 애도하겠다.
울산에서, 서울에서, 전국 곳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마저도 시설에 갇혀 있어야하는 이들의 고요한 눈물을 애도하겠다.
그리고 외치겠다.
한국 천주교가 교황의 뜻을 떠안아 성당 안이 아닌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굳게 닫힌 시설의 문을 열고 그의 뜻을 탈시설로 증명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외치겠다.
그래서 우리는 내려가지 않겠다.
교황의 뜻이 아직 이 땅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교황의 말이 아직 제도와 법으로 살아 움직이지 않기에,
우리는 이 높으면서 낮은 자리에서 계속 교황의 뜻을 살아내겠다.
그러니 한국천주교는 기도로 교황을 기리지 말고,
탈시설 권리 보장이라는 실천으로 그의 뜻을 이어가라.
이것이 교황이 이 땅의 남은 이들에게 남긴 말의 완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다시한번 마음 깊이 새기며, 우리는 매일 이곳 종탑 위에서 추모의 기도를 올리겠다.
2025.04.2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성명]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깊이 애도하며
우리는 고공에서, 그의 뜻을 살아내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시설에 갇힌 이들의 손을 잡고, 축복을 내리며,
시설에서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던 이가 그가 평생을 섬기던 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천주교가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 꽃동네에 방문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선에 머무르지 말고, 인간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나아가라”, 그것이 교황이 꽃동네에 전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 말이 꽃동네에 남은 문장으로만 남지 않게 하겠다.
우리의 고공농성은 교황을 향한 추모와 애도의 기도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애도의 실천이다.
우리는 이 종탑 위에서 몸으로 그 말을 살아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가겠다.
꽃동네를 방문한지 10년이 지난 2024년, 교황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은 권리와 의무를 지닌 완전한 인간 주체“인데도,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주변화되고 고립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장애가 개인의 비극으로 간주되고, 장애인은 사회의 이물질처럼 다뤄지는 ‘숨겨진 망명자(hidden exiles)’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버려지는 문화는 국경이 없다”, “버려지는 문화는 곧 죽음의 문화가 된다.”고 일갈했다.
프란치스코가 말한 버려지는 문화, 죽음의 문화는 한국에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권리를 빼앗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버리는 죽음의 문화.
그 문화는 구조화돼 전국 곳곳의 시설에서 반복되었고,
울산 태연재활원에서는 생활지도원이 장애인을 하루 수십 차례 폭행했다.
그 수는 한 달 890건에 달했다. 그 누구도 막지 않았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수많은 장애인 거주시설 안에서, 숫자로만 남은 폭력과 고립으로 죽음의 문화는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 종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겠다.
한 번도 지역사회를 살아보지 못한 채 시설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이곳에서 울리는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추모하겠다.
그리고 애도하겠다.
울산에서, 서울에서, 전국 곳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마저도 시설에 갇혀 있어야하는 이들의 고요한 눈물을 애도하겠다.
그리고 외치겠다.
한국 천주교가 교황의 뜻을 떠안아 성당 안이 아닌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굳게 닫힌 시설의 문을 열고 그의 뜻을 탈시설로 증명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외치겠다.
그래서 우리는 내려가지 않겠다.
교황의 뜻이 아직 이 땅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교황의 말이 아직 제도와 법으로 살아 움직이지 않기에,
우리는 이 높으면서 낮은 자리에서 계속 교황의 뜻을 살아내겠다.
그러니 한국천주교는 기도로 교황을 기리지 말고,
탈시설 권리 보장이라는 실천으로 그의 뜻을 이어가라.
이것이 교황이 이 땅의 남은 이들에게 남긴 말의 완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다시한번 마음 깊이 새기며, 우리는 매일 이곳 종탑 위에서 추모의 기도를 올리겠다.
2025.04.2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