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준)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2024년을 장애인건강권 투쟁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하다!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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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와 의사파업 속에서 우리는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죽는 것은 장애인이며, 장애인은 보건소도, 의원도, 병원도 가지 못해 ‘끽’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현실[1]을 마주하였다. 이후 장애계는 장애인을 진료할 의료기관이 없어 장애인이 아픔을 참거나, 가족과 활동지원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이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장애인건강권에 대한 요구에 나섰지만, 지난 4년간 그 무엇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또 다시 의사파업을 맞았다. 이제 장애계는 23회차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2024년을 장애인건강권 투쟁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하는 바이다.

지난 4월 18일 63빌딩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올해 안에, 검진부터 재활치료까지 장애인 의료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2]고 밝혔다. 이 짧은 한 문장에서 장애인 건강권이 얼마나 지연되어온 권리인지, 정부마저 건강권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낸다.

우선, 2015년 제정, 2017년 시행된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른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았다. 관련 연구가 2017년부터 이루어지며 후속 과정들을 밟아왔음에도 구체적인 정책 과제가 아직도 도출되지 않은 이유는 장애계의 목소리가 아닌 의료계, 특히 재활의학과 중심의 목소리만이 반영되다보니 제 밥그릇 지키기만이 반복돼 지역사회에서의 보건의료전달체계를 수립한다는 법의 취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접근할 수 없어 건강 상태가 열악하다는 사실에 기반해 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장애인건강권법과 그에 따른 정부 지침은 장애의 제거·예방을 중심으로 한 ‘재활’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의 수립 방향은 ‘검진부터 재활치료까지’가 아닌, ‘지역사회부터 가정까지’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법이 ‘장애인의료재활법’에 불과할 뿐, ‘장애인건강권법’이라 할 수 없다.

재활 중심의 장애인보건의료전달체계는 그 어떠한 실효성도 띄고 있지 못하다.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전국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023년 기준 6636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대다수의 사례들은 교육 및 의료기관 연계로 센터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성동구가 운영하는 성동재활의원이 한 해에 5천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3]. 지난 7년 동안 각 권역에 설치된 병원 급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들이 직·간접적으로 봐온 장애인의 숫자가 1년 동안 하나의 의원이 보는 숫자와 유사한 것이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컨트롤 타워인 국립재활원은 정책 개발·연구·모니터링에 대한 역량은 현저히 떨어지며, 본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친화검진기관조차 접근성이 낮아 검진 받는 이들 중 장애인 비율이 절반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장애인건강권법으로 설립된 센터나 사업들은 보건소·복지관의 기존 역할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장애인치과주치의 시범사업조차 대상자가 중증에서 경증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되었지만, 등록된 장애인 주치의 의료기관은 여전히 6~700개에 머물러 있으며, 이 중 실제로 활동하는 주치의는 극히 일부다.

보건복지부가 힘 있게 추진하는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노인 대상으로 의사/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다학제로 팀을 이루어 방문진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에서의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건강권 사업은 재활 중심의 설계로 서비스가 제한되며 오히려 병원을 중심으로한 “장애 치료”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가래흡인을 위한 석션, 경관영양을 위한 튜브피딩, 욕창 방지 체위변경 등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지원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간호·간병 문제, 장애 특성으로 인해 동반되는 필수 의료행위에 대한 값비싼 비급여 문제, 탈시설장애인의 건강관리 지원방안 부재, 의원급에 대한 편의시설 미비 등 수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와중에 또 다시 맞이하는 의사파업 국면에서 이 의료체계의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는다. 장애계는 이제 더 이상 병원에 가지 못해, 의료인이 집으로 방문하지 않아 길거리에서, 집에서 죽어가야 하는 현실을 참지 않을 것이다. 2024년을 장애인건강권 투쟁의 원년(元年)으로 삼아 싸워나갈 것이다.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하라!

재활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장애인보건의료전달체계 전면 개편하라!


2024년 4월 20일

(준)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 “정부가 하라는대로, 살려달라 전화만…가둬놓고 죽인 거잖아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43900.html

[2] 국무총리 제44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축사(63컨벤션센터)

https://www.opm.go.kr/opm/prime/speech.do?mode=view&articleNo=156651&article.offset=0&articleLimit=10

[3] 공공 재활의료시설 ‘성동재활의원’…누적이용자 4만명 넘어

https://m.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403170943001


[붙임1]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결의대회 (준)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김신애 준비위원장 발언 전문

반갑습니다 동지 여러분 투쟁!

저희는 이제 발달장애인법 이후에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야 됩니다.

우리가 교육권 운동, 주거권, 노동권, 다 만들어왔지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건강권과 관련한 제도가 이제 확실히 필요한 때가 왔습니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은 나이가 들고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 언제까지 내가 병원에 데리고 다니고 언제까지 안타까워 하면서 아이를 치료해야 합니까.

우리는 이제 건강권을 요구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가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병원을 이용할 때 그 어려움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진료 한번 받기 위해서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밖에서 수없이 밀당하고 아이를 달래고 어르면서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어른이 되고, 아이가 자립생활을 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우리 아이의 개성은 변하지 않는 특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건강권에서는 장애인이 병원에 가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함께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고, 행동으로 검사 결과로 어디가 아픈지 진료해주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특성에 따라서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다면 집에 찾아와서 진료하고 방문재활을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서비스가 됩니다. 엄마가 그것을 끌어앉고 울고만 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자녀의 완전한 사회 통합, 자립생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강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지원사에 의한 의료적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문제는 지난 4년 동안 요구했지만 정부는 1도 거기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우리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고 죽는 것입니까. 활동지원사에게 부당 노동행위를 강요하는 것입니까. 정부는 이렇게 무대책으로 무슨 지역사회 거주를 논하고 있는 것입니까.

발달장애인의 건강권, 그 첫번째 목표는 활동지원사에 의한 의료지원서비스, 가정 내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하고 있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바랍니다. 저희 부모연대 건강권, 중복장애특별위원회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Solidarity Against Disability Discri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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