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성명서] 고상버스 단종 반대가 교통사업자의 사회적 책무인가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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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고상버스 생산 중단 계획 발표에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운수업계가 우려를 표명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애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를 배제해왔던 고상버스는 이미 사라져야 했음이 마땅하다. 시민 불편 운운하며 고상버스 지속 공급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교통사업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저버린 행위다. 운수업계는 야만적 이윤 추구 행위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현대자동차는 올 12월 31일부로 고상(저상버스보다 실내 바닥이 높아 계단을 올라 탑승하는 구조)버스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행보는, 전세계적 추세인 탈탄소·친환경 정책에 따른 사업 전환과 교통약자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이뤄진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이에 올 3월부터 이미 고상버스 생산인력을 줄이고, 전기·수소 저상버스 생산율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운수업계는 반발에 나섰다. 고지대나 굴곡노선 등 고상버스 운행이 불가피한 지역이 있어, 일방적으로 생산을 중단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초래된다는 게 그 이유다. 전국버스연합회는 현대차가 고상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전국 노선버스운송사업자 차원의 연명과 언론 기사화를 통해 실력행사에 나섰다.

운수업계가 지적하고 있는 시민 불편은 도대체 누구의 불편을 말하는 것인가. 애초에 비장애 중심의 대한민국 교통시스템은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의 배제를 통해 만들어졌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전체 시내버스 중 고상버스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는 다시 말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100대의 버스 중 고작 30대만 탑승 가능하다는 말이다. 저상버스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노선의 경우, 이동할 권리가 원천 차단되고 있으며, 저상버스가 일부 배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는 침해받고 있다.

도로 여건상 저상버스 도입이 어렵기에 고상버스 생산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 또한 억측에 불과하다. 도로 여건은 개선하면 될 일이다. 또한 저상버스 운행불가노선에 대해선 이미 중형저상버스라는 대안이 나와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좁은 길을 다녀야 하는 마을버스를 대체할 운행수단으로 중형저상버스를 개발했으며(2020년), 전국적으로 도입 중에 있다.

대안이 있음에도, 고상버스 생산 중단에 반대하는 운수업계의 속내는 무엇인가. 정부와 지자체, 운수업계가 2000년대 초반부터 도로 여건을 핑계로 저상버스 도입에 주춤해왔던 것은 결국 이윤 때문이었다. 비용의 논리로 장애 시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지연시켜왔던 것이 한국사회의 차별적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으로 2005년도 만들어진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은 국가와 지자체 책무 외에도 교통사업자의 의무 또한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교통사업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고상버스 생산 중단을 반대하는 데 힘쓰는 것이 교통사업자로서의 사회적 책무인가. 운수업계가 밝혀야 할 입장은 고작 고상버스 생산 중단 반대가 아니라, 장애인을 배제하고 이윤 중심의, 비장애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던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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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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