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보도자료] 4.20(목) 오후1시, 용산 대통령실 앞, 스핀라자 급여 기준 개악 반대 및 치료 중단 규탄 기자회견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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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권달주, 박경석, 윤종술, 최용기, 최진영(권한대행)

전화 02-739-1420 | 팩스02-6008-5101 | 메일 sadd@daum.net | 홈페이지 sad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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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회부 담당

배포일자

 2023년 4월 19일(수)

담당

이재민 (010-6380-7162)

이학인 (010-9159-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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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생명을! 치료받을 권리 보장하라!

스핀라자 급여 기준 개악 반대 및 치료 중단 규탄 기자회견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1시

○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앞 인도)

○ 공동주관 :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TF,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순서

경과 보고

 전근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희귀질환TFT 집행위원

투쟁 발언

 정혜인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TF 팀장

투쟁 발언

 임재원  척수성근위축증(SMA) 당사자 · 스핀라자 투약 예정자,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투쟁 발언

 노금호  척수성근위축증(SMA) 당사자 · 스핀라자 투약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

연대 발언

 조은별  혈우병 아동 어머니,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닫는 발언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1. 공정 보도를 위해 노력하시는 귀 언론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권달주 / 이하 ‘전장연’)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전국규모의 장애인단체와 지역 장애인·시민사회·노동·인권·문화예술단체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회원(장비회원)으로 구성된 연대체입니다.


3. 전장연은 2021년부터 ‘척수성근위축증 환자(SMA)와 비항체 혈우병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2023년 4월 희귀질환대응TFT를 구성하여 생존권 보장을 위해 투쟁해나갈 예정입니다.


4.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 결핍으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희귀질환으로, 이전에는 별 다른 치료제가 없었으나 2016년 최초 치료제인 ‘스핀라자’가 개발되어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었으며, 2022년에는 생후 24개월 이하인 경우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는 ‘졸겐스마’의 급여 적용이 시작되었습니다.


5. 이에 전장연과 관련 단체는 치료제 접근성 보장의 측면에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기존 스핀라자 치료제의 급여 기준 개선(대상자 확대, 투약 지속 평가기준 현실화 등)과 중증 성인 환자를 위하여 주사 방식이 아닌 먹는 방식의 ‘에브리스디’ 급여 등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6.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중증질환 치료제 등 건강보험 적용 확대’라는 공약과 국정과제가 무색하게, 2022년 7월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재정 감축 방안을 담은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및 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 스핀라자가 ‘고가 의약품’으로 집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7. 특히, 이미 스핀라자는 척수성근위축증의 생명 활동에 중요한 치료제임에도 그간 만 3세 이전에 발병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보험 적용 대상으로 두어 협소한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투약을 시작하더라도 정기적인 운동기능평가만으로 개선이나 유지로 판명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어 적지 않은 환자와 가족들이 탈락되거나 탈락의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8. 전장연은 심평원으로부터 전장연이 요구한 3세 이하 기준 폐지를 포함하여 급여기준 변경을 하고 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허나, 한편으로는 평가도구의 한계와 점수 기준의 엄격한 적용으로 임상적 유효성이 점수로 증명되었음에도 탈락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 또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임상현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기준에 맞추어 적용할 것이라는 소리도 떠돌고 있습니다.


9. 이에 전장연은 스핀라자 급여기준 변경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기준보다 형식적으로는 연령이 확대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상자 진입장벽을 높이고, 평가기준을 강화하여 현재 치료 중인 많은 환자들이 치료가 중단되고, 새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우려하여, ▲개악 논의의 즉각 중지 ▲급여적용 대상 확대 및 평가도구의 다양화, 환자 경험에 기반한 평가를 통한 실질적 기준 개선 ▲기존 탈락자에 대한 재심 및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0. 이에 전장연은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TF와 함께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재정 감축 기조와 그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스핀라자 급여 기준 개악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실질적인 기준 개선을 위하여 당사자들과 가족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11. 귀 언론사의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를 요청 드립니다.  끝.


※첨부자료. 기존 급여 기준에 따른 탈락자가 보내준 사연


1. 신형진 발언문 (탈락자)

안녕하세요, 참석해주신 관계자 여러분.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에 관심 가져주시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올해 만 39세인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 신형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태어나마자 의사로부터 척수성 근위축증을 진단받고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었습니다. 이 병으로 인해 저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호흡 근육이 약해져서 감기라도 걸리면 금방 폐렴으로 악화되어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저와 친한 환우들 중 이미 몇 명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고, 저도 몇 년 전 죽을 고비를 넘겨왔습니다. 


  그렇지만 병마에 지고만은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헌신적인 부모님의 사랑,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초중고를 정규교육을 받았고,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해 9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또, 동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는 지인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직장도 다니고 국가에 세금도 내고 있습니다.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 눈동자를 깜빡이며 프로그래밍도 하고, 지금 이 편지도 안구 마우스로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하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계 최초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세상에 나왔고, 그 이후에도 다양한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그동안 살아오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늘이 저와 같은 환우들과 환우 가족들에게 주는 큰 선물 같았습니다. 


  실제로 스핀라자를 투여받으며 저를 치료하시는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굳었던 근육이 부드러워짐음 느끼셨고, 저 또한 점차 컨디션도 좋아지고 호흡도 편해져 갔습니다. 극적인 변화는 없더라도 점진적으로 몸 상태가 나아지자 큰 기대와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많은 척수성 근위축증 청장년 환우들이 심평원 심사에서 탈락되면서 스핀라자 투여가 중단되거나 투여 기회 조차도 받지 못 하는 일이 속출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9차 스핀라자 투여까지 받아오다가 10차 투여 직전에 심사에서 탈락됐다는 통보를 받고 투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관계자 여러분. 한정된 예산과 고가의 치료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점 이해합니다. 그러나 희귀난치성 질병과 관련된 일은 단순히 비용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주세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제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되어 치료제 투여가 중단된다면,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해 병마와 치열하게 싸워온 환우와 환우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부디 그동안 고생해온 환우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뺐지 말아주세요. 국가에서도 환우들에게 "그동안 살아남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해주세요. 


  치료제 급여 적용을 다시 한번 검토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3년 4월 20일

신형진 드림


2. 정효신 발언문 (탈락자)

저와 제 동생은 현재 39, 38살입니다. 

올해 2월 13번째 스핀라자 투여를 앞두고 갑자기 급여 중단 소식을 받았습니다.

저희 두 명 모두 'HFMSE' 점수 0점에서 2점으로 상승 후 유지중으로 급여기준에 부합한데도 불승인 통보를 받았으며, 담당 전문의는 심의에 제출한 평가 점수를 믿지 못하겠다는 심평원의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재심의 신청 평가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하여 제 신체가 노출되는 상황이지만 동영상 촬영을 하여 재심의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주사를 맞아야하는 시기가 6개월이 지나 치료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몸에서 느껴지는 지금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30년 넘게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 이 기적 같은 치료제를 너무나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치료제가 나온다면 조금이라도 건강한 상태에서 맞을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물리치료, 학업, 직업 등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현재 12년째 근속 중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스핀라자 첫 투여를 받기 2년 전 부터 병의 진행이 빨라짐을 느꼈습니다.

원래 할 수 있었던 동작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졌으며, 엄마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아야하는 일들이 많아 졌습니다.

물론 직장생활도 체력적으로 힘들게 된 일들이 많아져 퇴사 고민까지 하던 찰나 기적처럼 스핀라자 급여 통과로 투여를 받게 되면서 다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핀라자는 4개월에 한 번씩 입원해 고통스럽지만 척추강내 투여를 받아야하고 2달에 한 번씩 스핀라자 효과를 입증하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제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생활 하면서도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치료 중단이 되게 되면 이제까지의 이 모든 제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제 병은 다시 진행이 될 것이고 직장생활도 힘들어 질 것입니다.

저희 자매는 심의에서 탈락한 정확한 사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핀라자 덕분에 유지하고 있는 삶의 질을 다 빼앗길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에게서 유일한 삶의 희망인 스핀라자 치료제를 빼앗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 ‘서연아빠 윤정호’ 발언문 (탈락자 부모님)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


  저는 성남시 중탑초등학교 6학년 3반 윤서연 어린이의 아버지 윤정호입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로 바쁘시겠지만, 아이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저희 가족의 간절한 바람을 꼭 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연이가 처음 척수성 근위축증(SMA) 1형으로 진단받고 절망스러웠지만, 곧 치료제가 개발되리라 믿으며 가족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서연이를 열심히 돌보았습니다. 호흡근이 약해져 폐렴 때문에 중환자실을 간 적도 있고, 응급실을 오가며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저희 서연이에게 드디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치료제(스핀라자)가 드디어 국내에 들어왔고 약값이 엄청나게 비쌌지만, 무상치료 대상으로 선정되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스핀라자가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로 인정해 줘서 서연이는 이 기준에 만족하여 4개월에 한 번 스핀라자 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워있던 서연이가 갑자기 뛰어다니게 되지는 않았지만, 몇 초씩 목을 가눌 수 있게 되었고, 호흡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감기 같은 가벼운 호흡기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에 걸려서 걱정했는데,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했습니다. 힘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 의사 표현도 하고 손목을 흔들어 아빠에게 출근 인사도 해줍니다. 무릎을 세워주면 좌우로 다리도 흔들어 보고 손가락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 봅니다. 심평원 공무원들이 생각하기에는 미미한 움직일지 모르지만, 모든 근육의 힘이 빠져 기계의 도움 없이는 호흡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척수성 근위축증 1형 환자에게는 큰 움직임이고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는 큰 변화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제 서연이는 스핀라자 주사를 맞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평원에서는 서연이는 1형인데, 2형과 3형에서 사용하는 평가도구(HFMSE)를 사용하고 서연이는 0점이기 때문에 운동기능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서연이처럼 진행된 1형의 경우 운동기능은 이미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병이 진행하는 SMA 특성을 고려할 때 운동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유지하는 호흡기능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서연이가 생존하도록 해주는 것이 스핀라자를 투약했을 때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이고 비싼 약이지만, 그 값어치가 있는 것입니다.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습니까?? 

 근육에 힘이 없어서 누워서 지내기는 하지만, SMA는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는 질환입니다. 서연이는 제가 퇴근하면 반겨주고, 안구 마우스로 조금씩 의사표현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왔고, 저와 산책 나가고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는 11살 서연이는 살 권리가 있는 소중한 생명이고 저의 보물입니다. 

   대통령님은 약자복지를 말씀하시지만, 중증의 더 약한 SMA 1형 환자들에게 그 복지는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 생명·건강을 지키는 필수의료 강화가 23년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약자 중에 약자이고,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가 필요한 서연이는 이렇게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대통령님~~ 

 이번에 심사를 탈락하면서 호흡근마저 힘이 빠지면 호흡조차 힘들어지는 서연이가 스핀라자 주사를 맞지 못하게 되었고 기도절개를 하거나 호흡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부모로서 치료약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급여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손 놓고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둔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고 괴롭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해 스핀라자를 맞지 못하면 언제 호흡부전에 빠질지 모르는 서연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세요. 서연이가 계속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세요.


4. 권미정 발언문 (탈락 위기자)

안녕하세요. 스핀라자를 투여 받고 있는 20대 SMA-2 type 환우, 권미정입니다.


우선, 오늘 이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고 싶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 글을 전달해주시는 대변인 님과, 글을 경청해 주시는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과 감사를 전합니다.


먼저, 제 상태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첫 돌 전까지는 보행기에서도 까치발을 들고 가만히 있었다는 보호자의 경험에 따라 병원에 갔고, 척수성 근위축증을 진단 받았습니다. 영유아기 때는 낮은 책상을 손으로 짚고 엉금엉금 책상 한 바퀴를 빙 돌기도 했으며, 미취학 아동 시절에는 손으로 ‘V'자 포즈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자라면서 이런 동작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3살 무렵부터 전동 휠체어를 탔으며, 5살 무렵엔 힘이 손실되는 병의 특성으로 휘어지는 척추측만을 막으려 척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이제 대부분의 동작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부분적으로든지, 전체적으로든지 받아야 합니다. 할 수 있던 동작이 하지 못하는 동작으로 변하고 나서, 점점 '수긍'이라는 생의 숨을 쉬며 저는 스스로를 애써 다독였습니다. 그러다 2020년도에 기적처럼 스핀라자를 처음 투여 받게 되었습니다. 이 치료제를 맞고 나서, 아니, 치료제를 알고 나서부터는 희망으로 숨이 힘차게 차올랐습니다. 치료제를 맞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척수로 긴 주사바늘을 넣고 힘겨운 스핀라자를 투여 받으며,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몸의 상태를 저와 제 주위 사람들에게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앉아 있는 자세의 유지 시간이 두 배로 늘고, 누워 있을 때 다리를 세우고도 넘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새벽마다 어머니와 저를 괴롭게 하던 사레 걸림도 현저히 줄어 비로소 아침에 눈을 뜨는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물론 평가 도구 상의 수치로 언급하자면, 2세 이상에게 두는 평가 도구, 해머스미스 신경척도에서는 2점 이상 상승했으며, 호흡 평가 수치로는 300점대에서 400점대로 상승하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 또한 올라가기까지 저는 부단히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수치, 이 수치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운동 평가 도구는 크게 연령에 따라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4개월 미만 연령은 ’HINE-2‘라는 평가 도구를, 24개월 이상 연령에게는 ‘HFMSE(해머스미스)’라는 운동 평가 도구를 실시합니다. 저는 이 중 HFMSE 평가 도구를 주로 실시하며, 이 평가 항목의 동작 두 항목을 해내고 2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유의미한 점수 상승과 내일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도약했음에도 오롯이 기뻐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이제껏 올린 점수들과 좋아진 일상에서의 상태보다, 올려야 할 점수가 더 시급하고, 이 점수조차 막막한 동작들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점수 상승 자체에 중점을 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점수를 평가 기준으로 쓰는 것은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성인 환자 및 타입에 쓰기에 적합한 평가 도구인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표면상으로는 1점인 이 점수가 저에게는 ‘10점’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말씀 드립니다.


해머스미스 신경척도 검사 기준표에 있는 어떤 동작을 꼽더라도 저는 쉽사리 점수를 올리지 못합니다. 이미 많은 진행이 된 저의 질병 상태와 구축된 몸은 저 평가 도구를 진행하기 매우 힘겨운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는 홀로 다리를 세운 채 버티지 못했고, 팔을 홀로 책상에 놓지 못했으며, 온전한 호흡조차 힘겨워 새벽에도 사레 걸리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렇듯 병의 진행 상태가 많이 진행된 성인 환자인 저로서는 혼자 돌아눕고, 엎드려 고개를 들고, 엎드린 몸을 짚고 일으키는 등 HFMSE라는 척도의 향후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또 한 번 기적을, 한계를 넘어,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동작을 완수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동작들은 앞이 캄캄해집니다. 저에게는 앞으로 남은 동작들을 이루지 못하면, 이루었던 동작은 무산됩니다. 투여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탈락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거듭해야 합니다.

눈에 띄는 급진적인 점수보다 현재 저희의 위치를 집중적으로 보시어, 기준을 조금 더 알맞은 선상에 놓아 주실 수는 없는 걸까요? 


저는 오늘 누군가의 감사함을 빌려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항상 바라듯 이번에도, 감사함을 놀라움으로, 놀라움을 기적으로, 기적을 일상으로 만들어 주시길 소망하며 이만 인사를 올립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온기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Solidarity Against Disability Discri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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